ADVERTISEMENT

"술 먹는게 죄인가요"···강남포차선 술잔과 함께 스킨십 오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오후 9시50분 서울 서초구 번화가 일대에는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이가람 기자

16일 오후 9시50분 서울 서초구 번화가 일대에는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이가람 기자

 16일 오후 10시 주말을 맞은 서울 강남 유흥가는 술집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우려 분위기가 무색했다. 이날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9명 늘어 총 162명을 기록했다.

야외 테이블까지 꽉 찬 포차

클럽을 비롯한 강남 일대 유흥시설이 문을 닫자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다른 곳을 향했다. 서울시장 명의의 집합금지명령서가 부착된 채 출입문이 굳게 닫힌 클럽과 달리 인근 술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낯선 이들끼리 즉석 만남이나 합석이 가능한 ‘헌팅포차’ 입구 앞에는 10여명의 대기줄이 생길 정도였다.

1층에 위치한 한 포차는 실내와 야외 모두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가게 안 테이블은 간격이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 손님 간 간격은 1m도 되지 않았다.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던 박모(26)씨는 “날씨가 따뜻해 야외에서 술 마시기 딱 좋은 시기다"며 "답답한 실내보다는 야외가 코로나로부터도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모여 앉은 손님들 사이에서 술잔과 대화가 오가며 밀접접촉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전날 강남구에서는 이태원 클럽 2차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한 포차 앞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3)씨는 이태원 클럽을 의식한 듯 “춤추러 온 게 아니라 술 마시러 왔다”면서 “친구들과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일본식 선술집 주인은 “클럽이 일제히 문을 닫으며 유동인구 자체는 많이 줄었다”며 “어차피 강남은 클럽보다 약속이나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 포차 주인은 “날씨가 풀릴수록 손님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코로나 때문에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포차가 관심을 받을수록 클럽에 이어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이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이가람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이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이가람 기자

규제 쉽지 않은 일반음식점

상황은 이렇지만 단속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일 서울시가 두 번째로 발동한 집합금지명령은 접대부를 두는 유흥업소와 춤을 출 수 있는 클럽 및 콜라텍, 감성주점에만 적용됐다. 술과 안주만을 판매하는 일반 술집과 단란주점은 제외됐다. 이들 대다수의 업종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남구청은 오후 11시부터 경찰과 함께 관내 유흥시설 225개를 대상으로 집합금지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강남구 위생과 관계자는 “이번 주에 영업을 한 유흥업소 한 곳을 적발해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주점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예방수칙을 준수하는지를 중점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한 일본식 선술집 야외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이가람 기자

16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한 일본식 선술집 야외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이가람 기자

20대가 확진자 제일 많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2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074명으로 전체 확진자 중 28%에 달한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재양성자 수도 가장 많은 99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40~50대 확진자가 많은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전 연령대 중 20대 확진자가 가장 많은 것이 특징이다”며 “활동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이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원 클럽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20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된 전염원이 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