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우려속 5급 공무원 시험…"몸 아파도 온다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이 실시된 16일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이 실시된 16일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바닥에 붙은 노란 테이프에 맞춰 1.5m 거리를 유지해주세요.”

16일 오전 8시20분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건물 입구로 사람들이 몰리자 줄이 형성됐다. 백팩을 메고 한 손에 도시락을 든 사람들은 인사혁신처 직원 지시에 따라 거리두리를 유지하며 차례로 입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두 달여 연기됐던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이 열린 날이었다.

교문 앞에는 수험생 자녀를 응원하러 온 부모들이 몰렸다. 자녀를 포옹하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정문 앞에서 딸을 배웅한 노모(52)씨는 “세 번째 보는 시험이라 힘을 보태주고 싶어 남원에서 새벽에 올라왔다”며 “이제 붙을 때가 됐기에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이스 실드 착용하고 발열 검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날 시험은 강도 높은 방역조치 하에 실시됐다. 주출입구를 제외한 시험장 건물의 모든 출입문은 폐쇄됐고 외부인 출입도 전면 통제됐다. 감독관들은 페이스 실드(얼굴 보호막)를 착용하고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해 발열 검사를 했다. 시험실 내 방역도 강화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시험실별 수용인원을 지난해 30명 수준에서 15명으로 대푹 축소했다”며 “수험생 간 거리를 거의 2배 수준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당초 2월 29일에 예정됐던 시험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한 차례 연기됐다. 임모(26)씨는 “시험이 언제 재개될지 예측이 어려워 공부 일정을 잡는데 힘들었다”며 “오늘 시험도 몇 주 전에 갑자기 결정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험을 보는 김모(25)씨는 “며칠 전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을 위해 시험장에 입장하는 수험생들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5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을 위해 시험장에 입장하는 수험생들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수험생 행동수칙' 배포에도 "여전히 불안"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강일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김모씨는 “책상 간격을 넓혔다기에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줄 알았다”며 “막상 교실에 들어가 보니 좌우 간격은 넓어도 앞뒤 간격은 좁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는 ‘수험생 행동수칙’을 배포해 다른 수험생과의 1.5m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구일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박모씨는 “화장실 입구에 거리유지를 위한 테이프가 바닥에 부착돼 있었지만 무의미했다”며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할 때 세면대 앞으로 사람들이 몰렸지만 이를 감독하거나 제재하는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방문, 접촉 자진신고 15건…별도 장소서 시험
이번 시험이 또 다른 집단감염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장 모(30) 씨는 “시험기회가 1년에 한 번 뿐이라 몸이 아파도 시험 끝내고 검사를 받겠다는 수험생도 있었다”며 “시험 준비 과정에서 면역력이 낮아진 수험생들도 많은데 굳이 이 시기에 시험을 강행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에는 1만2504명이 지원하고 9632명이 응시해 77%의 응시율을 기록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거나 방문자와 접촉한 수험생들에게 자진 신고하도록 요청했다. 자진 신고자와 시험 당일 의심 증상이 있는 수험생은 예비시험실 등 별도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자신 신고는 15건이 접수됐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