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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버지 암살된 뒤 총선 출마 희망…전두환도 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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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9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 국정 현안 등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8월 9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 국정 현안 등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이듬해인 1980년 차기 총선 출마를 희망했다는 내용의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가 40년 만에 기밀 해제돼 15일 공개됐다. 해당 내용이 미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미 국무부는 이런 정보가 담긴 외교문건을 한국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12일 제공하고 정부는 이날 이를 공개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건에 따르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는 1980년 2월 2일 국무부에 한국 정치 상황을 보고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암살된 대통령의 딸에 갑작스러운 야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을 잘 아는 민주공화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가 다음 총선에 아버지의 고향을 포함한 지역구에서 출마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살이었다. 보고서에 언급된 ‘다음 총선’은 1981년 3월 치러진 11대 총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청와대 경호 근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일가와 친해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박근혜에게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며, 이 내용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한 소식통이 “전두환은 모든 곳에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박근혜의 출마로 박정희 시대를 주요 선거 이슈로 만들어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제3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김종필이 박근혜가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차기 총선 출마를 희망했다는 내용이 기록되 있다. 사진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캡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차기 총선 출마를 희망했다는 내용이 기록되 있다. 사진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캡처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왜 11대 총선에 불출마했는지는 이번 문건에 정확히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다.

이 문건은 외교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건네받아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홈페이지에 공개한 총 43건, 약 140쪽 분량의 기록물 가운데 일부다. 해당 문건에는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보고가 포함됐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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