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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광재표 공부모임 ‘우후죽순’ 뜬다…줄잇는 국회 공부모임 왜

중앙일보

입력

이광재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우후죽순'이라는 이름의 공부 모임을 신설했다. 약 20여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통합 모임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광재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우후죽순'이라는 이름의 공부 모임을 신설했다. 약 20여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통합 모임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우후죽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추진중인 21대 국회의원 공부 모임의 이름(가칭)이다. 비가 온 뒤 여러 개의 죽순이 한꺼번에 땅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의 정책 아이디어가 샘솟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같이 작명했다고 한다. 모임은 경제·외교 등 각 분야의 현안을 바탕으로 입법 정책을 발굴하는 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20여명의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야 의원들이 고루 참여하는 통합 모임이라는 게 우후죽순의 특징이다. 극한 대립을 보였던 20대 국회에선 여야 의원이 머리를 맞대는 공부모임이 사실상 전무했다. 이 당선인은 통합 공부 모임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진영 논리를 탈피한 협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선인은 21대 총선 출마선언 직후인 지난 3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부 모임을 통해 진영 논리를 깨고 협치하는 것은 저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지긋지긋한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모임' 열풍, 기존 모임은 '세 불리기' 

김민석 의원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공부 모임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의원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공부 모임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 출신의 김민석 당선인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경제 공부 모임을 신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모임 역시 정치권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자는 뜻으로 여야 통합 모임으로 추진된다. 김 의원 외에 김경만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박수영·송언석·정희용 미래통합당 당선인 등 10여명이 참여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고용지원본부장 출신의 김경만 당선인은 “아직 모임명도 못 정했고 첫 모임도 시작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뜻에 동의해 공부 모임에 참여키로 했다”며 “코로나19 사태는 전국민적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통합 모임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평화연구모임은 주기적으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소속 의원들이 각자의 입장과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은 20대 국회에서 민평련이 '일본의 통상보복, 구조와 대응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현안 간담회 현장. [연합뉴스]

민주평화연구모임은 주기적으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소속 의원들이 각자의 입장과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은 20대 국회에서 민평련이 '일본의 통상보복, 구조와 대응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현안 간담회 현장. [연합뉴스]

기존에 운영되던 모임도 초선 당선인 영입에 열을 올리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민주당 86그룹(1960년대 출생한 80년대 학번)이 주축이 된 개혁 성향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최근 20여명의 신입 회원을 영입했다. 지난 7일엔 기존 회원과 신입 회원 간 첫 모임도 열렸다. 최기상·이해식·김영배 등 민주당 당선인 10여 명 외에 더불어시민당 소속 정필모·이수진 당선인 등이 모임 합류 의사를 밝힌 상태다. 1999년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재야 운동권 인사들이 발족해 2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도 19명의 당선인을 신규 영입해 40명에 이르는 ‘거대 공부 모임’이 됐다.

'신흥 계파'로 부상하는 공부 모임 

21대 국회에서 유독 공부 모임이 활성화하는 표면적 이유는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초선 당선인을 중심으로 군사·안보·외교·법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입성하며 학구열이 높아진 것도 모임 활성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공부 모임을 이끄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21대 국회에선 야당과의 경쟁이나 투쟁보다는 내부적인 어젠다 세팅과 정책 발굴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며 공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좋은미래 소속 기동민(왼쪽부터), 진선미, 박홍근, 김성환 의원이 지난 2월 '코로나 추경 즉시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좋은미래는 정치 현안에 대해 모임 차원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 단순한 모임을 넘어 하나의 계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더좋은미래 소속 기동민(왼쪽부터), 진선미, 박홍근, 김성환 의원이 지난 2월 '코로나 추경 즉시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좋은미래는 정치 현안에 대해 모임 차원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 단순한 모임을 넘어 하나의 계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끝으로 거물급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계파 정치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공부 모임 자체가 새로운 계파 형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책 역량을 키우는 게 주목적이라지만 정치적 지향이 유사한 의원들이 모이게 되는 만큼 일정한 결속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더좋은미래'는 20대 국회에서 특유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1기(우상호 전 원내대표)·2기(우원식 전 원내대표) 원내대표를 배출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또 산하 싱크탱크인 더좋은미래연구소를 통해 현안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여당 내 여당'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더좋은미래 소속 한 의원은 “300명의 의원은 각각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지만 의원들은 각자의 가치관과 정치적 지향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며 “어떤 이슈에 통일된 목소리를 낸다는 차원에서 계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 다툼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계파 정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초선 당선인은 "한 다선 의원에게 의원모임을 권유받았을 때 친위부대를 모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모임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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