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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발 젊은 확진자 36% 무증상…개학 최대한 미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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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호 06면

[코로나19] 전문가 진단

“이태원발 집단감염은 국민이 기본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기모란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 #방역 느슨해져 이태원발 집단감염 #이통사 활용 클럽 방문자 적극 조사 #유흥시설 국가 차원서 보완책 필요 #강력한 거리두기로 돌아가기 어려워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지켜야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생활방역체계로 전환된 후 자칫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이 완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대응책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다. 하지만 생활방역체계로 전환 첫날인 지난 6일 이태원 클럽 관련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서울에서만 70명 넘게 감염자가 나타났다. 대부분 마스크 쓰기 등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기 교수는 “국가의 역할과 별도로 여전히 국민은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개인위생은 철저하게 지키고 마스크는 계속 쓰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 최선의 방역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 교수는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11일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태원발 코로나는 기본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인섭 기자

11일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태원발 코로나는 기본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인섭 기자

코로나 치사율, 인플루엔자의 100배

기존과 달리 ‘이태원발’ 확진자 중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전에도 무증상 환자는 계속 발생했다. 자가격리를 통해 저절로 완치되거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2차 감염이 적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2차 감염이 대량 발생한 거다.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집단감염의 시작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이미 신천지 내 잠정 환자가 몇천명이던 상황에서 31번 환자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젊은이들의 감염 비율이 높다.
“이전에도 30%는 젊은층이었다. 하필 황금연휴와 점점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점이 겹친 것이 불운이었다. 가게들도 대목을 무시할 수 없어 문을 열었고 감염확률이 낮을 거라고 본 젊은이들이 전국으로 돌아다녔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감염자가 적은 것은 다행이다. 노인은 활동범위가 넓지 않아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감염되는 게 대부분이다. 젊은 무증상 환자들을 신속히 격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든 사람을 일일이 검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지금으로선 접촉자 중심으로 추가 2차 감염을 막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신속하게 접촉자를 추려 격리하고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방역 당국이 클럽 방문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지 않나. 허위 작성이 얼마든지 가능한 방명록이나 검사받으라는 안내 문자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동통신사 기지국 등을 활용해 방문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미리 클럽 등 밀집공간 방역에 나설 수는 없었나.
“클럽 등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 사례가 없으니 강제로 문 닫게 할 명분이 부족했다. 또 사후 보상체계도 미흡해 결국 유흥시설은 강력하게 제한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활방역지침만 잘 지키면 코로나19 잡을 수 있나.
“누구라도 바이러스 종식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로썬 확진자가 2차 감염시키는 사람 수인 기초감염재생산수(R0)를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자와 접촉하는 경우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국민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접촉자 수가 결정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 이유다.”
백신은 언제쯤 개발이 가능할까.
“신약 개발은 보통 3번의 임상시험을 거친다. 이제 1상을 실험하는 단계다. 2, 3상까지 가는데 빨라야 10년이다. 실험만 10년이지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에이즈(AIDS)도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여러 약을 함께 써가며 치료하고 있는 수준이다. 치료제가 없으니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개학을 연기해 집단감염을 피해야 한다.”
일각에선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산발적 소규모 감염을 ‘뉴노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감기와 달리 코로나는 전파력이 무섭다. 한꺼번에 몇백명씩 확진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코로나 백신이 있어도 수백명의 환자를 한꺼번에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코로나의 치사율은 인플루엔자의 백배에 달한다. 노인 확진자만 비교했을 때 남자는 3명당 1명이, 여자는 5명당 1명이 사망한다. 지금으로선 감기처럼 ‘가볍게’ 다룰 수 없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문진표 작성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문진표 작성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확산을 막을 방법은.
“이번 확진자 중 36%가 무증상이었다는 건 잠복기때 빨리 검사를 받고 확진했다는 의미다. 확진 후 완치되기까지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은 10% 미만이다. 따라서 위험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바로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창 난리일때는 조금만 의심이 들어도 바로 병원가서 검사를 받곤했는데 이제는 몸이 이상하면 감기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정보가 밝혀지는 것을 우려해 검사를 안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중국이나 대구 다녀온 사람들을 관리했듯이 이태원이나 홍대 다녀온 사람을 챙겨야 한다.”

현장 투입 의사 부족, 5만 명 늘려야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하나.
"완벽하게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다. 다시 문닫으라고 하기엔 경제적 여파도 크고 국민들도 잘 따라주기 쉽지 않다. 결국 확진자가 발생하면 접촉자들을 빨리 검사하는 수밖에 없다. 이태원의 경우에도 방문자 명단을 작성했지만 허위였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그 지역에서 휴대전화를 갖고 있던 사람들 정보를 싹 다 받아오는 것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동원하는 고육책이다.”
코로나 방역엔 무엇보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2차 확산이 벌어질 경우 감당할 수 있을까.
"공중보건 위기 시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인구 1000명 당 의료진이 3.5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치과의사, 한의사까지 다 합해도 2.9명 안팎이다. OECD 수준을 맞추려면 의사 5만명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한해 의대 졸업생이 3000명이다. 의사가 많이 배출돼야 현장으로 가든 의학 연구를 하든 할 텐데 여전히 98년 의대 입학 정원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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