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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편협한가…편견의 모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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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호 20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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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개신교를 믿는 백인 남성의 나라’였던 미국이 서서히 바뀐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중 가톨릭 신자는 달랑 1명, 흑인도 달랑 1명. 여성·유대인 대통령 등장도 시간이 좀 필요할 듯. 미국 정치사의 이런 모습에는 편견도 한몫한다.

『편견』(1954)은 편견의 원인에서 해결책까지 편견의 모든 것을 다룬다. 저자 고든 올포트(1897~1967)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편견 분야의 탐구와 이론은 대단히 역동적이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이 책의 설명도 곧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사회과학의 ‘가치중립성’보다는 ‘가치 지향성’을 추구한 저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통 사회과학 문헌으로는 예외적으로 60만 부가 팔리며 ‘전무후무한 책’, ‘편견 연구에서 영구불변의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를 굳혔다. 독자는 올포트를 심리학자·철학자를 넘어 ‘예언자’라 부른다. 올포트는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학술적 모세’였다.

66년 전 출간된 책을 현시점 우리 독자가 눈여겨볼 이유는?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사회정책학)는 이렇게 답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위해 집필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메시지의 지금의 울림이 강렬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도 여성, 특정 지역, 특정 종교, 외국인 노동자, 조선족, 탈북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저자에게 편견은 파국을 낳을 수도 있는 비이성적인 사고이자 감정이다. 그가 제시하는 편견에 관한 가장 간략한 정의는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다.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누군가를 나쁘게 생각하고 억압하고 차별해도 될까. 아닌 듯.)

『편견』은 ‘편견에 대한 편견’을 깼다.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와 비슷하게 ‘편견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다. 희망의 사회과학자였던 낙관론자 올포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이웃과 평화와 우정 속에 살고 싶어 한다. 미워하거나 미움받는 대신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쪽을 더 좋아한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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