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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아빠"…5세 아이 목검으로 때려 살해한 계부 징역 22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세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5세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5세 의붓아들을 목검 등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계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15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7)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 “피해자 사망 예견 가능…엄중한 처벌 불가피”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폭행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관해 전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사망한 피해 아동을 살인할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증인과 증거를 조사한 결과 피고인에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손과 발이 묶인) 피해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아내 말을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시점에는 그대로 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의 폭행과 B군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하고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119 신고 당시 거짓 신고로 범행 사실을 은닉하려 한 점, B군에게 책임을 씌우면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재판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A씨에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검찰 “분노만 가진 A씨에게 갱생 의지 있나 의문”

지난 2월 26일 인천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5살 의붓아들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계부에 대한 '법정최고형' 선고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6일 인천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5살 의붓아들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계부에 대한 '법정최고형' 선고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면서 “A씨가 이미 아동학대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아동학대 및 살인을 저질렀다”면서 “입으로는 용서를 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태도는 선처를 바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분노만 가진 A씨에게 갱생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행동에 대해선 죄송하다”면서도 “살인을 인정하게끔 하려면 (B군을) 죽여야 할 목표나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어 “반성문에 썼듯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평생 죄를 뉘우치며 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30일 과거 자신의 학대로 인해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B군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후 지난해 9월 11일부터 B군을 들어서 던지거나 목검으로 폭행하는 등 지속해서 학대했다. 그는 B군이 자신을 무시하고 거짓말을 했다거나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군의 직접적인 사인은 복부 손상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는 살인 혐의뿐 아니라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 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돼 구속기소 됐다. A씨의 아내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A씨 부부로부터 분리돼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A씨의 둘째 의붓아들은 보육일지에 ‘아빠가 괴물이 됐어요. 엄마도 괴물이 됐어요’라고 적는 등 A씨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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