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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초고령 할아버지, '대장암 수술' 성공했다

중앙일보

입력

'95세 할아버지'가 최근 대장암 수술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초고령 환자가 대장암 수술을 시도해 성공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가천대 길병원서 수술 성공 후 지난 11일 퇴원

 14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대장암 극복에 도전한 사람은 김용직(95)씨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넓적다리 위쪽이 부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대장암. 크기는 6㎝에 달한 데다 서혜부(사타구니)에 탈장 소견까지 있어 대장암 수술과 함께 탈장 제거수술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김씨는 수술에 도전했다.

 이원석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클리닉 교수(외과)가 수술을 맡기로 했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암 중 하나. 위암에 이어 전체 발병률 2위다. 대장암 발병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10만명당 44.5명(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발병률 1위에 올라있다.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어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천대 길병원은 13일 95세 초고령 환자의 대장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은 13일 95세 초고령 환자의 대장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초고령 환자의 암 수술 도전기

 95세 환자의 암 수술은 큰 도전이었다. 먼저 외래 방문을 최소화하고 암 발견부터 수술 시점까지 시간을 줄여야 했다. 수술 후엔 합병증이 따르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도 필요했다. 김씨는 대장암 외에도 다양한 질환을 가진 '초고위험군' 환자였다. CT 촬영 중엔 혈전증도 발견됐다. 다리 부위 혈관에 혈전이 쌓이면서 혈관외과도 뛰어들었다.

 심장내과와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까지 의료진이 투입됐다. 또 심부정맥혈전증 치료를 위한 혈관외과와 급성 신손상에 따른 신장내과 협진도 이어졌다. 수술 가능 여부를 따지기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까지 많은 의료진이 치료에 참여했다.

 강하리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암센터 간호사는 "어르신 일정상 가능한 내원 일정이 2번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어 검사 진행과 결과 확인, 협진 등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강 간호사는 "초고령 환자기 때문에 의료진이 동행하며 직접 검사와 외래 진료를 도우며 일정을 소화했다"며 "수술이 무사히 끝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일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은 이튿날인 4일에 바로 이뤄졌다. 첫 진단부터 입원까지 채 10일이 걸리지 않은 초고속 일정이었다. 이원석 교수의 집도하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김씨는 충분한 회복을 취한 뒤 지난 11일 무사히 퇴원했다.

 이 교수는 "초고령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선 내원 일수를 줄이고, 다양한 만성질환이나 합병증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자 개인의 건강상태와 일정, 환경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향후 더 많은 초고령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나이 때문에 포기하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남은 삶을 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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