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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다…재난지원금 들고 성형외과 몰려간 '코로나 방콕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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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사진과 기사 내용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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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김모(35)씨는 ‘이 때다’ 싶어 쌍꺼풀 수술 잘 하는 성형외과를 검색하던 중 ‘재난지원금 성형외과’라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한 성형외과에서 11일부터 신청받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쌍꺼풀 수술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김씨는 “성형외과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알게 돼 예약했다”고 말했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별수 없이 ‘방콕’하던 중, 성형외과·피부과에서 사용 가능한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지급되자 “이참에 성형수술 받자”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13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상담 직원은 “다음 주 초까지는 예약이 꽉 찼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으로 보톡스·성형수술 예약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여전히 긴급재난지원금을 성형외과·피부과에서 쓸 수 있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난지원금은 마사지 업체 등 위생업소와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뷰티스토어에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도 “미용 관련한 업체들을 제한해서 성형외과나 피부과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별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XX병원에서 재난지원금으로 보톡스 가능하냐” “OO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하려는데 재난지원금으로 가능할까” 등의 문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급됐던 사회취약계층 대상 재난지원금은 연 매출 10억원 이상 병원에서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번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매출과 관계없이 급여·비급여 항목 모두 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신사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재난지원금으로 보톡스 맞을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가능하다고 하자 ‘재난지원금으로 시술받겠다’며 예약을 잡은 고객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지역 화폐도 받는다" 적극 홍보   

13일 포털사이트에 '재난지원금 성형외과'를 검색하자 다수의 홍보글이 검색됐다. [포털사이트 캡쳐]

13일 포털사이트에 '재난지원금 성형외과'를 검색하자 다수의 홍보글이 검색됐다. [포털사이트 캡쳐]

성형외과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잡자”며 적극 나서고 있다. 병원의 온라인 블로그에 ‘재난지원금 사용 방법’과 사용처를 알려주며 ‘성형수술이 가능하다’고 끼워 알리거나, 아예 ‘재난지원금 성형외과’라는 타이틀을 붙여 홍보하고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재난지원금으로 수술비 부담은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역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지역화폐도 받는다”고 알리고 있다.

"마스크 쓰고 회복 가능" 비수기지만 고객 몰려 

회복 기간이 부담스러워 성형수술을 하지 못했던 고객이 몰린 덕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성형외과는 ‘성업’ 중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10년 이상 성형외과를 운영한 한 전문의는 “지난달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학교를 나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며 “4월은 성형 비수기인데도 일부 인기 병원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줄을 섰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재택근무 등으로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이 이참에 회복 기간이 긴 성형을 하려고 찾아왔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크게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난지원금 취지 어긋나" 지적도 

재난지원금을 성형외과·피부과까지 허용한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원 박모(36)씨는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준 가정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제도인데,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까지 허용한 것은 과한 것 같다”며 “재난지원금을 보톡스 맞는 데 쓴다는 문장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이날 “취지에 맞게 재난지원금을 써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한 피부과 의사는 “재난지원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고, 골프용품을 사는 것과 미용 시술을 받는 게 뭐가 크게 다른가”라며 “자신의 기호와 편의에 맞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측은 “일부 미용성형의원이 광고를 통해 수술을 유도하는데, 과도한 광고나 이벤트성 광고에 대해서는 주의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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