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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 3개 조작" 前교무부장 아들 답안지 고친 교직원 구속

중앙일보

입력

답안지 이미지. [중앙포토]

답안지 이미지. [중앙포토]

10분 만에 특정 학생의 OMR 답안지에 표기된 오답 3개가 정답으로 둔갑했다. 답안지 주인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던 교사의 아들이었다. 전북 전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의 중간고사 답안지를 조작한 혐의로 교직원이 구속됐다.

경찰, 전주 모 사립고 30대 교직원 구속 #수정테이프로 학생 오답 3개 고친 혐의 #전북교육청, 지난해 감사 후 수사 의뢰 #직원 "처음 개입"…前교무부장 "난 무관" #교육청 "추가 부정행위 있는지 밝힐 필요" #시민단체 "전북도 고교 상피제 도입해야"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전주 지역 모 사립고 교무부장 아들의 답안지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위조사문서 행사)로 이 학교 교무실무사 A씨(34·여)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치러진 2학년 2학기 중간고사(1차 고사) 기간 첫날 B군이 본 '언어와 매체' 과목 OMR 답안지 중 오답 3문제를 수정 테이프로 고쳐 정답으로 바꾼 혐의다.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시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국어 교사는 B군이 제출한 답안지를 유심히 봤다. B군은 평소 성적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학생이어서다. 이 과정에서 객관식 3문제가 오답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채점 결과 B군의 해당 과목 성적은 국어 교사가 예상한 점수보다 10점 가까이 높게 나왔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국어 교사는 곧바로 교장에게 보고했다.

 학교 측 조사 결과 B군이 낸 OMR 답안지 중 3문제를 이 학교 교직원 A씨가 수정 테이프로 고쳤다. A씨는 채점 과정에서 담당 교사가 10분가량 자리를 비운 사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뉴스1]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뉴스1]

 A씨는 "아이(B군)가 안쓰러워 답안지를 고쳤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불거지자 A씨와 B군은 각각 사직서와 자퇴서를 냈지만, 전북교육청이 감사에 나서면서 이를 보류했다. B군 아버지는 이 학교에서 지난해 2월까지 교무부장을 지낸 C씨였다.

 B군 부자는 2018년에도 이번 답안지 조작 사건과 비슷한 소문에 휩싸였다고 한다. B군이 내신성적은 최상위권인데 모의고사 성적은 그보다 한두 등급 낮게 나오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부당하게 아들 성적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게 소문의 골자다. 결국 B군 아버지는 "오해받기 싫다"며 본인 요청으로 전북 지역 한 공립고교로 파견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북교육청 감사에서 "답안지 조작은 처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C씨는 "아들 답안지 조작 사건과 나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 A씨가 답안지를 조작한 당일 채점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은 삭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CCTV 고장 때문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건지는 판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를 마친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11월 4일 "교무실무사의 또 다른 부정행위가 있는지, 전 교무부장인 학생 아버지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전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온 경찰은 아버지 C씨에 대해서도 혐의 유무를 살펴보고 있다.

 당시 사건이 터지자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등은 "전북교육청이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고교 상피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8년 교무부장 아버지와 쌍둥이 딸이 한 학교에 다녀 일어난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국·공립 고등학교에 상피제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전북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중등 인사관리 기준에 '국·공립 고교 교원-자녀 간 동일 학교 근무 금지 원칙'을 반영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그동안 불거진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은 극히 일부의 일탈 행위이지 자녀와 교사가 같은 학교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며 상피제 도입을 거부했다. 다만 전북교육청은 교사인 부모가 희망하면 국·공립학교는 전보를, 사립학교는 법인 내 전보 또는 공립학교 파견·순회 근무 등의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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