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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그 재앙···20배 세진 메뚜기떼, 아프리카 식량 공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FAO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FAO

아프리카 케냐 중부의 롱고피토 마을. 벌판을 가득 메운 사막 메뚜기떼가 얼마 남지 않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사람이 다가가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메뚜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영상을 SNS에 올린 앨버트 레마술라니(40)는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떼가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있다. 정말 악몽 같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을 덮친 메뚜기떼. 레마술라니 트위터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을 덮친 메뚜기떼. 레마술라니 트위터

아프리카 대륙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더 큰 재앙인 메뚜기떼의 2차 습격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AP통신과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외신에 따르면, 수십억 마리의 어린 메뚜기떼가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지역을 습격하면서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1차 습격의 20배에 이르는 규모다. 인접한 케냐에서도 70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피해를 겪고 있다.

이렇게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메뚜기떼가 창궐한 건 최근 2년 동안 아프리카에 이례적인 폭우가 내린 데다가 수온까지 상승하면서 메뚜기가 번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로 메뚜기떼 더 활개

3월 31일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FAO

3월 31일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FAO

사막 메뚜기는 초목 근처의 축축한 곳에 알을 낳기 때문에 건조한 지역에 비가 많이 올수록 더 번성한다. 심지어 농작물이 한창 자라는 시기에 메뚜기떼의 2차 습격이 시작되면서 피해 규모는 1차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농민들은 냄비를 치거나 돌을 던져 메뚜기떼를 쫓으려 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처가 내려지면서 사실상 메뚜기떼의 습격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통제에 실패할 경우 6월까지 사막 메뚜기가 400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31일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FAO

3월 31일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이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FAO

한 무리가 3만 5000명분 먹어치워  

사막 메뚜기떼는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이동성 해충이다. 바람을 타고 하루 최대 150㎞까지 비행해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1㎢ 면적의 무리가 하루에 무려 3만 5000명분의 식량을 해치울 수 있다. 더군다나 2차 습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린 메뚜기들은 어른보다 더 식욕이 왕성하다.

메뚜기떼는 농작물 수확 시즌을 앞두고 5~6월 사이에 서아프리카까지 세력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동쪽으로는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까지 이동할 전망이다.

현재 메뚜기떼 창궐 상황(붉은점)과 향후 예상 진로. FAO 제공

현재 메뚜기떼 창궐 상황(붉은점)과 향후 예상 진로. FAO 제공

이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FAO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이미 1300만 명이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FAO는 하반기가 되면 두 배에 이르는 2500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다 건너편 아라비아반도의 예멘에서도 메뚜기떼로 인해 1700만 명이 식량난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추정한 규모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편과 물자 이동이 줄면서 국제적인 지원도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생계를 잃고 식량 안보가 악화될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며 “사막 메뚜기떼와 코로나19 같은 여러 위기의 영향으로부터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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