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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골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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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LPGA 챔피언십 출전 선수들이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팔을 벌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열리는 첫 주요 투어대회다. 여러 나라가 중계에 나서는 등 관심을 보였다. [사진 KLPGA]

KLPGA 챔피언십 출전 선수들이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팔을 벌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열리는 첫 주요 투어대회다. 여러 나라가 중계에 나서는 등 관심을 보였다. [사진 KLPGA]

 13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을 하루 앞두고 150명의 여자 골퍼들이 필드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코스 안은 평온했지만, 주변 풍경은 삼엄했다. 수시로 방역이 이뤄졌고, 골프장 시설물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발열 체크를 해야 했다.

KLPGA 챔피언십 오늘 개막 #코로나19 위기 딛고 투어 재개 #프로야구·축구 이어 시즌 시작 #선수 150명 전원에 상금 지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이 14일 개막한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유럽 투어 등 전세계 모든 골프 투어가 중단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골프 대회다. 골프 코스 안팎의 풍경도 예전과 많이 달랐다.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한 선수가 워크스루 자외선 살균 시설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KLPGA]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한 선수가 워크스루 자외선 살균 시설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KLPGA]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선수들이 1인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KLPGA]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선수들이 1인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KLPGA]

연습 라운드에 나선 선수와 캐디는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코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티샷하기 전에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라운드를 시작하는 선수도 많았다. 함께 라운드하는 선수들끼리도 대화를 삼갔다. 그린 위에서도 서로 1~2m 정도 떨어져서 퍼트 연습을 했다. 캐디와 적당히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린 공략법을 상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회 주최 측과 선수들은 개인 예방 수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KLPGA는 선수들에게 개인 장비를 수시로 소독하고, 벙커 모래를 정리하는 고무래와 홀에 꽂힌 깃대 등 공용 물품을 맨손으로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런 세부 내용을 담은 수칙을 대회 개막 전에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미디어센터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1m 이상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았다.

주최 측은 클럽하우스 대신 골프장 내 연습장 겸 휴게 시설인 어반 레인지를 선수들의 전용 공간으로 배정했다. 골프장 측도 워크 스루(walk through)형태의 특수 살균 소독기를 입구에 설치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여자 골프 세계 3위 박성현(27)은  “골프장에 설치된 살균 시설을 지나야 하고, 식당에서도 혼자 식사하는 게 낯설지만 대회가 열린다니 무척 기쁘다”며 “캐디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갤러리 없이 치른다. 코스엔 선수와 캐디 외에 대회 관계자의 출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최혜진(21)은 “갤러리의 환호가 없는 라운드는 무척 어색할 것 같다. 선수들끼리만 말없이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이게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하나(28)도 “버디를 하든, 보기를 하든 갤러리가 없으니 큰 감정 기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L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박성현과 김세영은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외국인 캐디가 코로나19 사태로 입국하지 못해 국내에서 캐디를 구해 이 대회에 나선다.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선수, 캐디 외 다른 사람들의 코스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 팻말이 세워졌다. 양주=김지한 기자

KLPGA 챔피언십이 14~17일에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다. 개막 전날인 13일 선수, 캐디 외 다른 사람들의 코스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 팻말이 세워졌다. 양주=김지한 기자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13일 오후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골프장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미디어데이에서 덕분에 챌린지 수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은6, 장하나, 최혜진, 박성현, 김세영, 조아연. [뉴스1]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13일 오후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골프장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미디어데이에서 덕분에 챌린지 수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은6, 장하나, 최혜진, 박성현, 김세영, 조아연. [뉴스1]

선수들은 “그동안 코스가 그리웠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대회가 열려 감사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은6(24)은 “연습장에서 함께 훈련하던 남자 선수들이 대회가 열리는 걸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엔 역대 남녀 골프 투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상금(30억원)이 걸려 있다. 우승상금은 2억 2000만원. 최하위(150위)를 해도 624만원을 받는다. 일반 대회의 우승상금은 보통 총상금의 20% 수준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출전자 150명 모두에게 상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분배 비율을 조정했다. 그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아 수입이 끊겼던 선수들을 위한 배려다. 최혜진은 “상금을 고르게 분배하는 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한 마음으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골프 투어 중에 가장 먼저 재개된다는 특성 때문에 이번 대회는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LPGA 투어에서 뛰는 박성현과 이정은(24)·김세영(27)·김효주(25) 등이 출전한다.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이보미(32)·안선주(33)·배선우(26)도 나온다. 또 최혜진·장하나와 조아연(20)·임희정(20) 등 국내파 선수들도 총출동한다. 박성현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골프 대회를 재개한다니 선수로서 기쁘다. 골프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양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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