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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 국내 주식 사는데 트럼프 트위터를 보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주식 전문가들은 매일 아침 우리 시장이 열리기 전, 밤사이 뉴욕 증시를 확인합니다. 세계에서 미국과 같은 존재감을 갖는 나라는 없는 데다, 우리는 미국과 여러 분야에서 깊이 엮여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만 해도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떠받치고 있죠. 이러한 외국인 투자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옵니다. 그런 미국 투자자들의 심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트위터

#그의 트윗 하나면 시장이 출렁

지난달 2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배를 쏴 버려도 된다"고 지시했음을 트위터로 알렸다. 이는 8만8000번 넘게 리트윗됐다. 트위터 캡쳐

지난달 2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배를 쏴 버려도 된다"고 지시했음을 트위터로 알렸다. 이는 8만8000번 넘게 리트윗됐다. 트위터 캡쳐

=“이란 배가 우리 배를 괴롭히면 모조리 쏴 없애 버리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때까지 이틀 연속 기록적 폭락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그의 128자에 반등,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9.1% 올라 마감했다.

=지난달 2일에는 “사우디 왕세자, 푸틴 대통령과 대화했는데 원유를 약 1000만 배럴 감산할 거로 기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WTI가 장중 35%까지 올랐고,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2%대 급등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실물 경기 지표가 좋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U.S. President Donald Trump talks to reporters as he departs for travel to New York and New Jersey from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August 9, 2019.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U.S. President Donald Trump talks to reporters as he departs for travel to New York and New Jersey from the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August 9, 2019. [로이터]

#믿을 만하다는 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가장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가장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여온 클로로퀸이 ‘게임 체인저’이자 ‘신의 선물’이 될 거라며 흥분한 바 있다. 지난 3월 이 약물이 미 식품의약처(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자 코스피지수가 함께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 약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던 지난 2월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서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우리는 안전하니 주식을 저점 매수해 지수를 떠받쳐 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식시장 폭락은 이어졌고,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 수 1위 국가가 됐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그의 한마디에 시장이 들썩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느냐’와 ‘옳으냐’는 다른 문제다. 실질이 아닌 기대에 기반을 둬 시장이 움직이면 변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코로나 사태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한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의 입(트위터)이었다”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증시나 금리, 환율, 유가 등을 전망하는 데에 있어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그 결과 “경기 펀더멘털보다 ‘기대’에 기반해 강한 랠리를 이어온 가운데, 외부 충격에 대한 면역력이 낮은 시장 환경이 됐다”는 게 최 연구원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를 팔로워하는 사람은 12일 현재 7970만명이다.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를 팔로워하는 사람은 12일 현재 7970만명이다. 트위터 캡쳐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그런데도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G1의 리더가 하는 말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로 허풍일지라도. 더군다나 그의 트윗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업로드도 잦다. 한마디로 보는 재미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그의 트윗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JP모건체이스는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의 금리 옵션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60% 더 민감하다”는 분석을 내놨다(4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한 트윗을 올리고, 이 트윗이 1000번씩 리트윗될 때마다 다우존스가 43포인트씩 하락했다는 연구도 있다(텍사스 A&M대 벤키 샨카르 박사, 3월 21일 포브스 보도).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많은 투자자에게 @realDonaldTrump는 체크해볼 만한 게시판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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