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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용산 분양가 평당 5000만원 가나…수도권 주택공급 분양가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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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대책으로 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 용산 정비창 부지. 분양가상한제에도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대책으로 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 용산 정비창 부지. 분양가상한제에도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연합뉴스]

“3.3㎡당 5000만원에도 분양이 문제없을 겁니다.”

정부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보강 #서울 물량 늘리고 사전청약제 도입 #분양가 못 낮추는 분양가상한제

주택개발시행사 대표 A씨의 말이다. 정부가 서울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키로 한 용산 정비창 분양가를 얘기하다 나온 말이다. 그는 정비창 사업에 적극 관심을 보였고 아파트 용지를 민간에 매각할 때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3.3㎡당 5000만원은 주변 새 아파트 시세 수준의 금액이다.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에도 시세에 버금가는 가격에 분양가가 정해진다면 주택 수요를 흡수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공급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에 함정이 숨어 있다. 고분양가다. 집값을 되레 자극하고 주택공급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저렴하게, 많이, 빨리 

주택 공급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물량·속도·가격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빨리’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런 공급 기조는 그 다음인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에도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서 서울 주택공급량을 더 늘리고 3기 신도시 등에 사전청약제를 도입해 공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분양가 인하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도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틈새가 많아 분양가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로 확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시세에 상관없이 원료 가격인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재료비에 연동하기 때문에 땅값이나 건축비가 올라가면 분양가가 상승하는 구조다. 수도권에서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값이 뛰고 있어 상한제 분양가도 고분양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공택지 아파트용지 공급 방식에 구멍이 뚫려서다.

공공택지 상한제의 분양가 땅값은 택지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택지공급가격은 용산 정비창과 같은 도시개발사업장에선 경쟁 입찰을 거친 낙찰가격이고 택지개발사업장은 감정평가금액이다. 도시개발사업장이든 택지개발사업장인 택지지구든 사업 방식만 다를 뿐 공공이 개발하는 공공택지다.

정부는 용산 정비창을 신도시 등에 적용하는 택지개발방식이 아닌 도시개발방식으로 개발키로 했다. 주로 도심 외곽에 아파트 중심의 대규모 주거지를 조성하는 택지개발과 달리 도시개발방식은 도심에서 주거와 업무·상업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용산 정비창

용산 정비창

용산 정비창에 계획한 8000가구의 절반은 공공주택이 아닌 민간주택으로 짓는다. 주택 용지를 입찰로 민간에 매각하게 된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한 토지는 도시개발제도가 생긴 2000년부터 경쟁입찰로 공급했다. 도시개발사업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보다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어서 땅값을 시장 경쟁에 맡겼다.

인기 지역일수록 입찰 경쟁이 심해 낙찰가격이 뛴다.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가 도시개발사업장의 고분양가 사례다. 이달 초 분양한 A7블록 분양가가 3.3㎡당 2630만원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가로 역대 최고다. 고양보다 집값이 훨씬 비싼 과천 공공택지(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가가 3.3㎡당 2200만원이었다.

덕은지구 A7블록은 지난해 7~11월 분양한 A2,5블록 3.3㎡당 1900만원대보다 700만원(40%)가량 더 비싸다.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층 가격이 A2블록 6억1000만원 선이었고 A7블록이 3억원 가까이 더 비싼 8억8000만원 정도였다.

도시개발방식 덕은지구 분양가 40% 차이 

이는 A7블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오르며 낙찰가격이 그만큼 더 비쌌기 때문이다. A7블록 낙찰가율이 150%에 달했다. 덕은지구가 서울과 붙어 있고 입지여건이 좋아 업체들이 낙찰하기 위해 금액을 높게 써낸 것이다.

용산 정비창 용지 낙찰가격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용산 일대에서 비싼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인기 단지의 84㎡가 3.3㎡당 5000만원 정도인 15억~17억원이고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124㎡ 7000만원 선인 31억~32억원이다. 한남더힐 전용 59㎡는 3.3㎡당 7000만원이 넘어 20억7000만원까지 실제 거래됐다.

A씨는 “용산 정비창 몸값이 한남더힐 등 한강 변이고 강남과 인접한 단지 시세에는 못 미쳐도 버금갈 것"이라며 "주택사업 일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이 낙찰하기 위해 입찰가격을 매우 높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 정비창이 분양가 천장을 뚫을 수 있는 셈이다.

판교 고분양가 전망에 집값 급등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 전 85㎡ 초과 중대형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넘는 3.3㎡당 2000만원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 분당을 비롯해 수도권 집값을 자극한 계기가 됐다. 당시 중대형 용지가 입찰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업체들의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판교 중대형 고분양가 우려에 택지 공급가격이 감정가격으로 바뀌면서 분양가가 내려갔다.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의 분양가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택지공급가격이 조성원가 기준에서 2014년 감정평가금액으로 바뀐 뒤 땅값 상승세를 타고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이 6.3% 오르는 사이 땅값은 14.3% 뛰었다.

3기 신도시

3기 신도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용지 감정평가금액이 2년 새 20%가량 올랐다. 2017년 5월 3.3㎡당 2300만원 선이던 가격이 지난해 5월 2800만원 정도다. 감정가 상승만으로 분양가가 3.3㎡당 300만원 정도 오를 요인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원가는 3.3㎡당 890만원이다. 감정가격이 조성원가의 2배가 넘는다. 과거처럼 택지공급가격을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를 3.3㎡당 500만원 이상 낮출 수 있다.

지난 2월 분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 분양가가 3.3㎡당 2195만원이었다. 이중 택지비가 1459만원이고 건축비가 736만원이었다. 사실 이 금액은 상한제로 받을 수 있는 한도보다 상당히 낮춘 금액이다. 감정가가 당초 분양하려던 지난해 5월 기준이다. 1년 전 땅값으로 분양가를 매긴 셈이다. 여기다 감정가보다 10% 낮춰 택지비를 산정했다. 건축비도 줄였다. 건축비가 대개 3.3㎡당 900만~1000만원이다. 같은 달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9단지 공공분양 단지의 건축비가 3.3㎡당 850만원이었다.

하남 감일지구 분양가 50% 올라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하던 2010년 하남시 감일지구 B3블록 74㎡ 사전예약 분양가가 3억2000만원이었다. 이 블록이 실제 분양한 2018년 말 사전예약분 이외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4억9000만원이었다. 땅값은 감정가격으로 계산됐다. 땅값 산정 기준이 바뀌고 그사이 땅값이 많이 오르며 8년 새 분양가가 50%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하남 아파트값 상승률(19%)의 2.5배에 달한다.

2018년 말 분양 때 택지비 감정평가금액이 3.3㎡당 1690만원으로 조성원가(895만원)의 2배에 가까웠다.

자료: SH공사

자료: SH공사

감정가격인 마곡지구 84㎡ 택지공급가격도 3.3㎡당 2013년 8월 663만원에서 2015년 3월 741만원으로 12% 오른 데 이어 지난 2월 921만원으로 다시 24% 상승했다. 6년 6개월새 택지가격이 39% 오르며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231만원에서 54% 뛰었다. 이 기간 강서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34%였다.

땅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부터 시작할 3기 신도시 분양에서 과천신도시 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는 공공택지에서 84㎡ 국민주택 규모 분양가가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액 9억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가 높아도 개발 기대감에 용산 정비창과 3기 신도시 등의 청약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하지만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액인 '로또'는 줄어들 전망이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당첨되더라도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공급대책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가격이 좌우한다. 노무현 정부 주택공급 대책 때 ‘저렴하게’가 ‘많이’ ‘빨리’에 앞선 이유이기도 하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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