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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동 잡아라”…제로금리 시대, ‘2%대 특판’ 쫓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청파 가입하신 분 계세요?” “이태원 바로 마감됐습니다.”

예금 ‘특판(특별판매)금리 사냥’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지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 또한 줄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2금융권의 2%대 예금 상품도 금세 물량이 소진되는 추세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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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새마을금고가 내놓은 ‘상상모바일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새마을금고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데, 각 지점 금고별로 금리가 다르게 책정된다. 보통 1년 만기 기준으로, 자동이체 등록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가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 정도다.

많은 이가 노리는 건 새마을금고의 지점별 이벤트성 특판이다. 지점에 따라 특판 이율이 2%대 후반까지도 올라가기 때문에 물량이 풀리는 족족 품귀현상이 발생한다. 지난 11일 한 투자자 커뮤니티엔 “서울 용산구 청파동 지점에 2.66% 금리 상품이 올라와 가입 절차를 밟는 중에 상품이 사라졌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최근엔 이런 식으로 제주 한라지점, 서울 이태원지점 등도 화제를 모았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고이율 특판이 많진 않은데 ‘OO동 특판 떴다’는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물량이 금방 소진된다”고 전했다.

2%대 금리가 ‘특판’으로 불리는 건 최근 0%대로 떨어진 제1금융권의 예‧적금 금리가 배경이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지방은행 포함)의 1년 만기 단리 정기예금 상품 50개 중 21개의 기본금리가 0%대다. 일부 적금도 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중은행 0% 예금에…2% 새마을금고 특판 ‘귀하신 몸’ 

특히 저축은행보다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내놓은 예‧적금 상품의 인기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다. 일부 저축은행은 앞서 올렸던 예금 금리를 다시 내리기도 한다. 지난 3월 1.7%에서 2.1%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효자예금’으로 입소문을 탔던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6월 1일부터 금리를 1.7%로 다시 내린다. 상호금융은 상대적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조합원이나 회원에게 비과세 혜택을 줘 인기가 꾸준하다.

최근 온라인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서 2%대 특판 예금 금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모바일 뱅킹 앱 '상상뱅크'를 통해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지점 별 특판 금리가 공개되는 족족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온라인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서 2%대 특판 예금 금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모바일 뱅킹 앱 '상상뱅크'를 통해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지점 별 특판 금리가 공개되는 족족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너무 낮아진 금리에 은행 대신 증권상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상품보다는 수익률이 2~3%대로 낮아도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특히 인기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도 한 몫했다.

최근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의 인기가 치솟는 것도 이 때문이다. ELB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만기에 기초자산인 코스피200등 주가지수가 특정 구간에 들어가 있으면 약속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는 반면, ELB는 자산 가격이 올라도 2~3%의 낮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원금을 보장한다.

“수익률 낮아도 원금 보장이 좋다”…파생결합사채(ELB) 인기 

1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ELB 발행량은 약 2조1098억원으로 전년 동기(9240억원) 대비 2배로 급증했다. 2월엔 9828억원, 3월엔 9416억원이던 발행량이 4월 들어 껑충 뛰었다.

특판예금과 ELB처럼 시장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안전한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0.7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에도 주식시장에 대한 ‘리스크 감수’가 두려운 투자자는 안전한 상품 중에도 높은 이율을 찾아간다”며 “갈 데 없는 유동자금이 주식과 안전상품으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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