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사라지는 더불어시민당…與 '꼼수' 위성정당 60일史

중앙일보

입력 2020.05.12 18:02

업데이트 2020.05.12 18:3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12일 당 중앙위원회를 열고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시민당)과의 합당을 결의했다. 이날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중앙위원 497명 중 486명(97.7%)이 찬성했다. 합당 수임기관은 민주당·시민당의 최고위원회다.

양당 최고위가 13일 합동회의를 거쳐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를 끝으로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면 시민당은 최종 소멸한다. 민주당이 비례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시민을위하여’(시민당의 전신)를 선택하고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한 지 60일 만이다.

더불어시민당, 창당부터 합당까지 60일史.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더불어시민당, 창당부터 합당까지 60일史.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①‘꼼수’ 비판하다 ‘실리’ 선택=시민당의 모(母)정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을 ‘꼼수’로 봤다. 민주당 주도의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취지에 반(反)한다면서다. 준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이 지난 2월 선거법의 빈 틈을 노려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의 밑그림을 그렸다.

미래한국당 창당이 실현되자 민주당 내 일부 의원과 그 주변의 시민사회는 명분보다 실리에 무게를 둔 목소리가 커졌다. 시뮬레이션 결과 4·15 총선에서 자칫 보수 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2월 26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핵심 5인(이인영·윤호중·홍영표·전해철·김종민 의원)이 만나 위성정당 추진을 결의한 것도 그래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참여 여부에 대한 온라인 투표가 실시된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휴대폰으로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참여 여부에 대한 온라인 투표가 실시된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휴대폰으로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6년 만의 전당원 투표=위성정당 추진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민주당은 지난 3월 8일 비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2014년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이 6·4 지방선거 기초 단체장·의원 후보 무공천 방침을 세웠다가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실시했던 전당원 투표 카드를 6년 만에 꺼내 든 것이다. 3월 12~13일 실시한 전당원 투표에선 74.1%의 찬성으로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그 무렵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인 정치개혁연합(2월 28일)과 친문(친문재인)·친조국 성향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중심의 ‘시민을위하여’(3월 2일)가 비례 연합 플랫폼을 추진했다. 둘 다 민주당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시민을위하여’였다. 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 등과 함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7일 플랫폼정당인 ‘시민을 위하여’에 합류하는 협약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최용상 평화인권당 공동대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우희종·최배근 시민을위하여 공동대표, 권기재 가자환경당 창준위 공동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 [사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7일 플랫폼정당인 ‘시민을 위하여’에 합류하는 협약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최용상 평화인권당 공동대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우희종·최배근 시민을위하여 공동대표, 권기재 가자환경당 창준위 공동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 [사진 더불어민주당]

③팽 당한 정개련 반발 속 시민당 출범=민주당 등이 참여한 ‘시민을위하여’는 3월 18일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바꾸고 공식 발족했다. 민주당 선택을 받지 못한 정개련은 “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간 통합을 요구해 놓고 갑자기 일방 통보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개련에 참여키로 했었던 녹색당이 성소수자 후보를 내세워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점, ‘이석기 석방’을 주장하는 민중당과 연합할 경우 ‘종북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회고했다. 정개련은 3월 26일 해산했다.

그 사이 시민당은 3월 18~22일 공천 신청·심사를 진행해 5일 만에 비례 후보 34명을 추려 발표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3월 20일 정당법 위반(탈당 강요) 논란 속에서도 시민당으로 건너갔고, 11번 이후 순번에 배치됐다. 시민당의 “우리는 빈 그릇”이란 공언과 달리 1~10번에 자체 후보를 추천하면서 민주당 비례 후보들이 공식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시민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4월 2~14일)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공약발표 등을 이어가며 ‘한 몸 마케팅’을 폈다. 그러다 중앙선관위가 ‘쌍둥이 유세차’ 운행에 제동을 거는 등 선거법을 줄 타다 미끄러지는 일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쌍둥이 유세버스'에 적힌 '1'과 '5'가 너무 떨어진 것(왼쪽)과 관련 선거법 논란이 일자 양당이 4월 5일 새롭게 디자인된 버스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쌍둥이 유세버스'에 적힌 '1'과 '5'가 너무 떨어진 것(왼쪽)과 관련 선거법 논란이 일자 양당이 4월 5일 새롭게 디자인된 버스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④180석 거여(巨與) 탄생과 남은 논란=민주당이 앞순위 기호를 위해 현역 의원을 꿔주는 등 한 몸처럼 움직인 두 당은 총선 이후 180석 거대 여당이 됐다. 총선 결과 민주당이 지역구 163석을, 시민당이 비례대표 17석을 확보하면서다. 양정숙(15번) 당선인이 부동산 의혹으로 제명된 데 이어 소수정당 몫으로 합류했던 용혜인(5번·기본소득당), 조정훈(6번·시대전환) 당선인이 12일 시민당 최고위에서 제명되고 원 소속 정당으로 복귀하면서 거여의 의석수는 177석으로 확정됐다.

다만, 여당의 한발 늦은 ‘꼼수’가 초래한 ‘졸속 공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부동산실명제 위반,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져 지난 7일 제명된 양정숙 당선인은 후보검증 과정에서 허위진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당이 자당 당선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시민당 자체 후보인 윤미향(7번) 당선인도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사장 시절 기부금 유용 의혹 등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시민당이 지난 6일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 신탁 의혹으로 제명 조치된 양정숙 당선인(오른쪽)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시민당이 지난 6일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 신탁 의혹으로 제명 조치된 양정숙 당선인(오른쪽)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 논의’를 조건으로 제의한 ‘2+2 회담’에는 응하지 않으면서도 통합당·한국당을 향해 “하나의 먹이를 두고 쌍두뱀처럼 상임위와 국고보조금을 두고 싸우고 있다”(12일 이해찬 대표)며 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누더기가 된 선거법과 관련해선 여당은 개정을, 야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21대 국회에서도 선거법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은 상태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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