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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의존 줄이려는 서구···남북철도 이으면 한국이 물류 허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임 3주년을 맞아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세계는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과 안심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국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 추진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어 세계의 산업 지도를 바꾸겠습니다.”

'지리경제학' 대표학자 장 폴 로드리그 美 호프스트라대 교수 #산업생산 능력과 물류 허브 기능을 갖춰야 경제발전 지속 가능하다 #부산항 등은 물류 허브로 이미 한계에 이르러 돌파구가 필요하다 #철도연결은 지정학적으로 아주 불확실한 프로젝트다 #한국 리더의 의지가 ‘리스크(불확실성)’를 줄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밝힌 경제비전이다. 핵심인 값싼 노동력이 아닌 혁신역량과 신뢰, 투명함을 바탕으로 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은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스트라대 교수(지리경제학)가 지난달 20일 중앙일보와 단독으로 한 전화 인터뷰[“코로나 이후 한국은 ‘첨단제품 세계공장’이 된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58189)']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다.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 교수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 교수

로드리그는 그날 인터뷰에서 “투명성과 신뢰는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얻은 새로운 자산이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아주 선호하는 나라가 됐다”며 “내가 한국 정치ᆞ경제 리더라면 ‘첨단제품의 세계공장’으로 브랜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부산항은 한국 수출입 물류에 의존해선 더 발전하기 어려워!”

중앙일보는 로드리그 교수의 전공 분야인 ‘글로벌 물류와 한반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12일 다시 그의 뉴저지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교통시스템의 지도(The Geography of Transport Systems)』란 책의 공동저자다.

한국 대통령의 연설문(영문)을 보내줬는데.
“읽어봤다. 한국 대통령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아주 기쁘다. 내 아이디어가 이론적으로 엄밀하지는 않지만,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지난번 인터뷰에서 잠시 언급했던 내용을 좀 더 듣고 싶어 전화했다.
“‘물류와 교통 허브로서 한반도’ 말인가?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한 철도 연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미심장한 뉴스다. 사실 한국의 부산은 물류 허브로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계획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계획

무슨 말인가.
“글로벌 차원에서 볼 때 부산항 등은 주로 한국 수출입 물동량에 의존하는 항구다. 최근 들어 부산을 통과하는 화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산 제품을 실어내고, 한국의 수입품을 실어오는 것에만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철도가 연결된다면 중대한 변화다.”

“미국ᆞ유럽 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  

아직 남북한 관계 개선과 미국의 동의 등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남북한 철도연결을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주 예민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주제다. 한국 정치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다시 얘기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많이 줄일 것이다. 한국처럼 기술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열려 있고 투명한 나라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난 인터뷰에서 언급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 말인가.
“그렇다. 여기에다 한반도 철도가 연결된다면, 한국은 두 가지를 갖춘 나라가 될 수 있다. 바로 세계공장과 물류허브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게 무슨 의미일까.  
“일본 제품뿐 아니라 한국산 첨단 제품을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실어 직접 유럽시장에 수 있다. 자국 제품이 없으면 물류허브 기능이 외부 변수에 따라 위축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드리그 교수가 공동으로 쓴 『교통시스템의 지도(The Geography of Transport Systems)』

로드리그 교수가 공동으로 쓴 『교통시스템의 지도(The Geography of Transport Systems)』

“화물 운송은 전염병 채널가 아니다”

생산기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리적으로 물류허브 기능을 갖춘 나라에서 산업도 잘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생산기지와 물류허브로 구실 한 나라의 경제가 오랜 기간 발전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이다.
“그렇다. 다시 강조하지만 남북한 철도 연결은 국제정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그런데 물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전파하는 채널이 되지 않을까.
“화물 자체는 전염 채널이 아니다. 가축 등을 수송하면 전염이 통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경유하는 화물은 대부분 원자재나 완제품일 것이다. 코로나19처럼 호흡기 질환은 분명 인간이 이동해서 생기는 문제다. 한국이 물류 허브가 되도 전염병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산가격 버블은 어떻게 시작돼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여주는 버블 커브.

자산가격 버블은 어떻게 시작돼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여주는 버블 커브.

“일시적 실직 단계에서 막아야 2차 패닉 피할 수 있다”

로드리그 교수는 2008년 위기 직전 “아내 명의의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고 ‘버블 커브’를 개발했다. 이는 한국에선 민스키 모델로 알려져 있다.

요즘 버블 커브를 바탕으로 ‘2차 패닉’을 경고하는 경제분석가들이 적지 않다.
“내 버블 커브에 2차 하락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2차 패닉이 온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어떤 가능성인가.
“현재 미국 실업률이 4월 현재 14% 남짓이다. 현재까지는 ‘일시적인 실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붕괴하면, 일시적인 실직이 ‘영구적인 실업 상태’가 된다. 그러면 자산가격은 한 차례 더 추락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일시적 실직이 영구적 실업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장 폴 로드리그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다. 프랑스어로 자신의 대표적인 저작 『세계 경제공간: 선진 경제와 세계화』를 펴냈다. 94년 몬트리올대학에서 지리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통과 물류를 중심으로 경제 공간을 분석한다. 요즘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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