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은 알고 있다…이통사, '이태원 접속자' 이름ㆍ전화번호ㆍ집주소 제출

중앙일보

입력 2020.05.12 11:58

업데이트 2020.05.12 19:53

이동통신사 3사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건 당국에 이태원 주변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일괄 제출했다. 이통3사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통신 정보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주변 17개 기지국에 접속한 휴대전화 통신 기록이다. 하지만 클럽 방문과 거리가 있는 인근 상점이나 도로를 이용한 사람들의 통신기록까지 모두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태원 클럽

이태원 클럽

이통3사, 이태원 클럽 주변 2주간 통신 기록 제출   

12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11일과 12일에 각각 복지부와 서울시 질병관리과에 통신 기록을 제출했다. 명단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킹클럽 등 확진자의 주요 동선에 포함된 클럽ㆍ주점 주변의 17개 기지국에 접속한 이들이다. 이통사가 제출한 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이 포함됐다. 이통사 관계자는 “해당 기간에 확진자 주요 동선에 포함된 5개 클럽 인근 기지국을 이용한 사람 중 주민이나 차량을 통해 이동한 사람을 제외하고, 30분 이상 체류한 이들의 명단을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클럽 방문자 협조 안 해 통신 기록 확보 

이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5517명의 이름을 확인했고, 이 중 2405명은 통화가 됐지만, 3112명은 연락 두절”이라며 "경찰청과 통신업체에 신원 확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사람들이 방역 당국의 조처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이통사의 통신 자료 등을 근거로 추적에 나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당초 클럽 출입 명단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대조해 감염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가려냈다. 하지만 이번에 이통사가 제출한 명단은 인근 상점 이용자 등이 모두 대상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76조 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의 요청을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이통사(전기통신사업자)에 감염병 환자와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이통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통사, "콜센터·PC방 때와 달리 기간·공간 광범위"

이에 앞서 이통사들은 서울 구로구 콜센터, 동대문 PC방, 서래마을 와인바 등의 주변 기지국 접속자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시간 특정 공간이 아닌 2주간에 걸쳐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이태원 클럽 인근의 상점이나 커피숍 등을 이용했어도 ‘감염병 의심자’로 추적하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콜센터 등 다른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의심자 여부에 상관없이 인근 접속자 명단을 모두 제출한 게 다르다"며 "감염병 의심자 여부의 판단은 당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분 이상 체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이태원의 경우, 감염성이 높고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상 상황이라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감염병 방역 위한 개인 정보 제공 범위 다듬어야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광범위한 대상으로 개인 정보 제공을 요청한 정부 당국과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응한 이통사 둘 다 문제”라며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당국이 요구하면 광범위한 범위의 개인정보를 정부에 제출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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