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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핀테크, 테크핀 그리고 빅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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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금융산업은 금융사끼리만 경쟁하던 구조였다. 지점 입점 전략, 금융상품 전략,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은행과 은행, 증권사와 증권사가 경쟁하던 산업이었다. 금융사들만이 영위하던 금융산업에 비금융사들이 진입하기 시작하며 또 다른 경쟁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금융산업 내에서 은행과 IT기업 혹은 IT기업과 IT기업 사이의 경쟁으로 양상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한 용어가 핀테크(fintech)와 테크핀(techfin)이다. 핀테크는 금융사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모바일로도 제공하는 움직임이라고 한다면, 테크핀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에 금융서비스도 포함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빅테크 기업이 여는 핀테크의 미래 #핀테크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핀테크와 테크핀의 격돌[김광석 제공]

핀테크와 테크핀의 격돌[김광석 제공]

빅 테크 기업의 언번들링

핀테크와 테크핀의 격돌은 소위 빅 테크(Big tech) 기업들이 특정 금융서비스를 기존 금융사들보다 ‘더 잘’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더 크게 부상했다. 특히, ‘GAFA(Google·Amazon·Facebook·Apple)’로 불리는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과 ‘BAT(Baidu·Alibaba·Tencent)’로 대표되는 중국의 빅 테크 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산업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기업을 선정해 운용자금을 대출해 주는 ‘Amazon Lending’을 출시하고, 대출 서비스 대상을 개인에서 기업까지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Facebook)의 메신저페이뿐만 아니라, 구글페이, 바이두월넷 등과 같은 지급결제 서비스의 혁신이 두드러졌고, 알리바바(Alibaba)의 마이뱅크와 텐센트(Tencent)의 위뱅크의 은행 서비스 진출은 금융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복선과 같았다. 국내에서도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뱅크 등과 같은 빅 테크 기업의 움직임을 온 국민이 이미 체감하고 있다.

특히, 빅 테크 기업의 주된 특징은 ‘언번들링(Unbundling)’이다.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지급결제·대출·자산관리·보험 등에 이르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전달(Bundling)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모두 해체·분리(Undundling)하고 하나의 서비스만 ‘더 잘’ 전달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안정성 규제와 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산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빅 테크 기업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언번들링하여 수행함으로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빅 테크 기업들이 전통 금융기업들보다 규제 측면에서 유리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더존비즈온의 비지니스 플랫폼 '위하고'

더존비즈온의 비지니스 플랫폼 '위하고'

빅 테크 기업들의 경쟁력과 금융산업의 긴장감

빅 테크 기업은 플랫폼 가입자 풀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점포·비대면 접근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기존 금융사가 점포를 활용한 대면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편리함과 유용성을 인식하면서 빅 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증대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빅 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구축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는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맞춤화된 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는 『미래 시나리오 2021』을 통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픈뱅킹이 의무화되고, 규제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빅 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였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는 2015년 11월 지급결제 서비스 지침(Payment Service Directive)이 통과되어 소비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면허를 소지한 빅 테크 기업이 기존 은행 망의 지급결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대원칙이 완화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IT기업이 은행 산업을 소유(최대 34%)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매년 2차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를 받아야 해서 안정적 경영이 어려웠으나, 2020년 5월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인터넷 전문은행법)'이 통과되면서, 2021년에는 빅 테크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P2P 대출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였고, 2019년 들어 규제샌스박스를 도입하고,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는 등 규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도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규제가 완화됐다.

빅 테크 기업들은 이미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금융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GAFAM(Google·Amazon·Facebook·Apple·Microsoft)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세계적 금융사를 상회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은 알리바바가 설립한 금융사로, 이미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상했다. 금융사들도 디지털 선호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IT 인재를 영입하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에 한계가 있다.

빅테크 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의 시가총액 비교[FSB(Financial Stability Board)]

빅테크 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의 시가총액 비교[FSB(Financial Stability Board)]

빅 테크 기업들,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빅 테크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의 범용성, 브랜드 인지도, 고객 데이터, ICT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금융서비스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10대 빅 테크 기업들이 매년 신규로 런칭하는 금융서비스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2020~2021년 사이에는 더욱 가파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신용거래와 지급결제 서비스의 증가가 확연하며, 이는 보험과 자산관리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10대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추이[Banque de France, FSB(Financial Stability Board)]

10대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추이[Banque de France, FSB(Financial Stability Board)]

빅 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통 금융사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 테크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글로벌 은행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금융사들도 지점을 축소하는 등 자산을 경량화해 나가고 있지만, 비대면화 서비스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무점포·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에 기초한 빅 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사들이 위험을 부담해 가며 ‘서류상의’ 저신용자들에게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제공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빅 테크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채무상환 태도를 평가해 위험을 경감한 채 적정금리의 신용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빅테크 vs 글로벌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 비교[Bloomberg, Reuters, Gurufocus, FSB(Financial Stability Board)]

빅테크 vs 글로벌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 비교[Bloomberg, Reuters, Gurufocus, FSB(Financial Stability Board)]

중국은 빅 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알리페이와 텐센트는 각각 중국 결제 서비스 시장의 53.8%와 38.9%를 점유하고 있다(2018년 4분기 기준). 이러한 강세를 기반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도 텐센트의 위뱅크와 알리바바의 마이뱅크가 각각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 뱅크는 주로 SNS 상에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마이뱅크는 중소 상공인들의 영업 데이터를 활용한다. 최근 빅 테크 기업들은 금융의 탈중앙화(De-Fi; Decontralized Finance)를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는 금융 기관의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야만 했기 때문에, 빅 테크 기업들도 금융사와 협업이 중요했다. 하지만 빅 테크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중앙화된 금융기관의 역할을 배제하려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술을 활용해 송금·외환·신용거래 등의 금융 서비스를 탈중앙화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페이스북은 암호자산 리브라(Libra) 발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은행 계좌 없이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라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정책적 방향이 안정돼야 한다.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경제에 진입했다. 강력한 규제들은 국내에서 기업 경영을 꺼리게 하여 오프쇼링(해외 생산기지 이동)을 자극하거나,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회귀)을 어렵게 만든다.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경쟁력 있는 빅 테크 기업과 금융사가 육성된다면, 기술서비스 및 금융서비스 수출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한편, 빅 테크 산업의 성장으로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신용자에게 무분별하게 신용이 제공되면 가계부실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빅 테크 기업과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기존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위험도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과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나아가 빅데이터 해킹 및 보안 위협에 대한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 기업이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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