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사상 최저인데 배터리·전기차 질주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2020.05.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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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197원, 경유를 998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47원 내린 리터당 1260.19원, 경유는 1.46원 내린 1071.24원이다. 뉴스1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197원, 경유를 998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47원 내린 리터당 1260.19원, 경유는 1.46원 내린 1071.24원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관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저유가 현상이 이어지면 항공・해운과 자동차 산업이 이득을 본다는 공식도 깨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하늘길을 막힌 항공사는 국내외 구분 없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생산 시설이 멈춰 서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 현상과 그 수혜 산업에 대한 상식이 깨지고 있다”는 얘기가 산업계 곳곳에서 들린다.

코로나19가 깬 에너지시장 공식
차 업계와 달리 테슬라 주가 급등
LG화학·삼성SDI도 실적 우상향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 가속도

산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던 공식이 깨진 건 사회적 거리두기란 강력한 변수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면서 저유가에도 석유제품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게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독주 체제를 갖추면서 코로나19 이후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이유로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하반기 실적 전망이 시장에서 들린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전기차 공장 가동 재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이라며 “테슬라 공장 가동 재개 및 판매 회복도 더해져 주가는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도로 이용량 감소 그래픽. IEA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도로 이용량 감소 그래픽. IEA

기록적인 마이너스 유가에도 배터리와 전기차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역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이 수면 아래 깔려 있다고 본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자 드러난 파란 하늘을 보며 각국 정부와 국민이 에너지 전환 흐름을 대세로 여기게 됐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도 최근 포스트 코로나19 에너지 시장을 전망한 ‘글로벌 에너지 리뷰 2020’을 통해 2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바로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에너지다. 주목할 건 친환경 에너지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19 경제 부양 정책의 중심에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놓여 있다”며 “코로나19로 에너지 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별 전기차 판매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IEA가 지적한 것처럼 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간 산업이다. 전체 에너지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국내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은 속도를 내는 중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지난 8일 2034년까지 운전 기간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을 모두 폐지하고 이에 따른 전력 부족분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안을 내놨다.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현재 15.1%에서 15년 후 40%로 늘린다. 이번에 발표한 안은 정부의 최종안은 아니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총선 승리로 더욱 강력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 주도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금지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유럽연합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은 에너지 전환에서 강력한 동력원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전기 이용량 추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행에 따라 전기 이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IEA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전기 이용량 추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시행에 따라 전기 이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IEA

이런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저장 및 운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배터리는 매년 가격을 낮추며 에너지 전환 작업에 불을 붙이는 중이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배터리팩 가격은 2010년 1160달러(1kWh 기준)에서 지난해 156달러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산 유가가 대폭락을 연출하면서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치면서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산 유가가 대폭락을 연출하면서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치면서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저탄소 배출 시스템 관심 높아져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인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에너지 전환에 또 다른 동력원으로 작동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에너지분야 연구소인 로키마운틴연구소의 쥴스 코텐호스트 대표는 세계경제포럼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저배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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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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