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쉬만관 불가’ 지웠다…중국도 양적완화 예고

중앙일보

입력 2020.05.12 00:04

지면보기

경제 01면

인민은행 ‘통화정책 보고서’

인민은행 ‘통화정책 보고서’

“중국은 따쉬만관(大水漫灌)을 절대 하지 않는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보고서’
“코로나로 경제에 전례없는 충격”
통화정책 전면적 재조정 시사
미·일처럼 돈풀기 나설 가능성
금융위기땐 688조원 수퍼 부양책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2월20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따쉬만관’은 ‘물을 대량으로 한꺼번에 푼다’는 의미로,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의 중국식 표현이다. 중국 경제의 수장인 리커창 총리가 한국의 국무회의 격 회의에서 천명한 원칙이다.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의 인위적 경기 부양은 없을 거라는 의미로 중국 당국이 단골로 등장시킨 문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1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QE 릴레이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중국 혼자 QE를 거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시진핑

시진핑

힌트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0일 내놓은 통화정책 이행 보고서다. ‘따쉬만관’ 네 글자가 자취를 감췄다. 2018년 2분기 이후 8개 분기만에 사라졌다. 앞서 올 2월 인민은행이 발표했던 ‘2019년도 4분기 통화정책 이행보고서’에서도 “‘따쉬만관’을 하지 않고 경제운용을 합리적인 구간에서 유지한다”는 문구가 적시된 바 있다. 결국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전면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따쉬만관’까지 적극 고려하는 방향으로 키를 바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21일 최대 국가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연다. 양회에선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사회·세계 전략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6.8%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받아들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경기 진작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중국 GDP 분기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GDP 분기별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런 시점에 나온 인민은행의 이번 통화정책 보고서는 “(2020년) 1분기에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중국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전례가 없는 충격을 줬다”고 전제하면서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풍족하게 유지” “여신지원을 늘리며 개혁적인 방법으로 통화정책의 시장 이행이 잘 되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QE에 대한 예고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관영 영어매체인글로벌타임스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조치를 더 과감히 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이미 부채 부담이 큰 중국이지만 당장 QE 이외엔 마땅한 다른 카드가 없다”며 “만기 도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일종의 베일아웃(bail out·금융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도산을 막고, 고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미국의 Fed처럼 전 방위적인 회사채 매입을 통한 소방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의존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좋은 예다. 당시 중국은 4조 위안(현 환율로 약 68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부양책으로 위기 국면을 넘기면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복잡하고 파괴적인 충격을 진화하기엔 재정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박사는 “코로나19 위기를 제일 먼저 겪은 중국은 미국과 유로존 보단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도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기 둔화의 흐름에 코로나19가 엎친 데 덮친 격인 중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선 중국도 QE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박사는 또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스마트 산업에 당국이 재정 지출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경기 부양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