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는 평생 광대였다...광대야말로 프로페셔널 예인"

중앙일보

입력

'김덕수전' 제작진. 왼쪽에서 세번째 김덕수 명인. [세종문화회관]

'김덕수전' 제작진. 왼쪽에서 세번째 김덕수 명인. [세종문화회관]

다섯 살에 아버지가 몸 담고 있던 남사당의 새미(무동)로 데뷔했다. 1960년대엔 낭랑악단의 일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녔고, 온나라가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가운데 한국의 문화사절단이 돼어전세계를 누볐다. 1978년 공간사랑 공연을 통해 사물놀이 탄생을 알린 사람, 김덕수(68) 명인 얘기다.

세종문화회관 28~31일 #김덕수 명인 일대기 악극 #"신명과 리듬, 울림 만날 것 "

사물놀이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온 김덕수(68) 명인의 일대기를 다룬 음악극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되는 '김덕수전傳'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제작총괄과 극본을 맡고, 박근형 연출가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2020년 ‘그레이트 아티스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김 명인의 데뷔 63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명인은 "홍길동전, 춘향전. 흥부전은 알지만 김덕수전이라는 제목은 생소하다.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면서 "'김덕수전'은 내 인생의 고해성사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극본을 쓰기 위해 "1년여에 걸쳐 김덕수를 인터뷰했다"는 이동연 교수는 "공연은 모놀로그 형식이지만, '김덕수전'은 김덕수라는 한 개인을 넘어서 그가 통과해온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돌아보는 무대다. 가난하지만 따뜻하게 살아온 시절 되새기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957년 남사당에서 데뷔한 그는 일곱 살 때 대통령상을 받으며 장구신동으로 유명해졌다. 10대 후반 파리민속예술제 참가를 위해 결성된 한국민속가무예술단에 들어가며 해외 공연을 시작했고, 이때의 경험을 통해 그는 '농악'이라는 전통예술 장르가 세계인으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러나 사물놀이의 탄생이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국악의 새로운 장르는 개척했다는 찬사도 있었지만, 마당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통적인 참여형 풍물놀이를 '무대 위' 공연으로 바꿔놨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명인은 "사물놀이는 시각적인 풍물놀이를 청각적인 공연으로 극대화한 것이었다"며 "사물놀이가 탄생할 무렵 우리 풍물은 '다 죽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우리 핏속에 내재된 리듬과 신명, 그 울림을 우리에게, 그리고 세계인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덕수전'을 가리켜 "내 삶의 고해성사"라고 밝힌 명인 김덕수. [사진 세종문화회관]

'김덕수전'을 가리켜 "내 삶의 고해성사"라고 밝힌 명인 김덕수. [사진 세종문화회관]

그는 간담회 내내 '광대'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김 명인은 "평생 나는 광대의 기준은 무엇이고, 예인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왔다"면서 "완벽한 마을 공연의 형태인 연희의 한가운데 있는 전문 예인 집단. 그들이 바로 광대"라고 말했다. 스티비 원더, 톰 존스, 마일스 데이비스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과 함께한 무대에 대한 자부심도 비쳤다. 김덕수는 "그들이 왜 나와 함께 했겠는가. 그건 내가 광대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권한, 특권이었다"며 "사물놀이가 그만큼 좋고,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 등 사물놀이 창단멤버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도 전한다. 김덕수가 직접 출연해 사물놀이, 현대무용, 남사당 연행 등 다양한 예술적 기량을 보여주며 무용가 정영두, 퓨전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사물놀이 본이 함께 한다.

박근형 연출가는 "20대 시절엔 한 사람의 관객으로 공간사랑에서 김 명인의 사물놀이 공연을 보았다"면서 "이번에 연출가로서 연습실에서 그의 공연을 다시 본 것은 그 어떤 수식어로 설명 안 되는 전율 그 자체였다"고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사전에 예매한 관객에게 전석 무료로 제공된다. 18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