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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단물 끝났다…중국, 美中 '화폐 전쟁'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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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몰 옆을 지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쇼핑몰 옆을 지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 충격을 대비하자는 말은 많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의 진정한 정체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건 기존 체제의 전복이 일어날 거란 점이다. 주로 20세기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와 다자주의 세계 경제 질서에 구조적 변화가 있을 거란 예상이 많다.

10일 중국 베이징의 한 놀이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중국 베이징의 한 놀이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가올 변화를 두렵게 바라보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기원’ 이란 국제사회의 비난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누렸던 호시절(好時節)이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국 제조업 싱크탱크(中制智庫·중제지고)’가 예측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이 직면한 일들을 추려봤다.

세계화 단물 끝났다…탈중국 받아들여야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중국에 세계화(Globalization)는 큰 혜택이었다. 세계화는 1992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하며 시작했다. 붕괴한 미·소 냉전체제를 대체하는 ‘글로벌 분업 시스템’이다. 중국도 미국의 지지 하에 2001년 WTO에 가입한다. 이후 10여 년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지위를 차지하는 과정이었다. 각국의 물건을 대신 생산하고 돈을 벌었다.

중제지고는 “2001년부터 2012년은 중국 경제의 황금 성장기”라며 “이를 통해 현재 중국인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WTO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가 중국이라고 인정한다는 말이다.

지난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엔 이게 더는 안 통한다. 세계가 ‘차이나 리스크’를 알아버렸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뒀던 생산기지 철수를 모색 중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체제의 변화가 다가온다는 말이다.

중국도 좋은 시절이 간 것을 예감한다. 중제지고는 “코로나로 외국에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음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며 “글로벌 산업체인의 수축은 여기에 의존한 중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글로벌 산업체인이 무너지면 한국, 일본과의 동아시아 산업체인, 중국 내수산업체인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상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 입간판이 마스크를 쓴 채 진열되어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상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 입간판이 마스크를 쓴 채 진열되어 있다.[EPA=연합뉴스]

탈중국화 기류는 더 큰 공포다. 중제지고는 “코로나19 기원과 발생 책임 등을 놓고 반중국, 반중국인 정서가 출현하고 있다”며 “앞으로 탈중국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신냉전 개막…화폐 전쟁 견딜 수 있을까

지난 8일 미국 뉴욕의 한 무료 배급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뉴욕의 한 무료 배급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은 전초전이다. 코로나19로 미국이 쑥대밭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지 않을 기세다. 신냉전은 미·중 양국이 공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싸우면 중국이 받을 피해도 상당하다. 중제지고는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이 4000억 달러고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500억 달러”라며 “만일 미국과 ‘눈에는 눈’으로 싸운다면 중국이 더 가져가던 2500억 달러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중국 남동부 연안 수출 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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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운 건 미국이 가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달러’다. 달러는 중국에겐 핵무기에 비견될 수 있는 ‘비대칭적 전력’이다. 중제지고는 "미국이 ‘달러 헤게모니’를 이용해 화폐 전쟁을 벌이면 중국으로선 매우 곤란해진다"고 평가한다.

국민 생활 질 하락과 빈부 격차…당면 위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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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창궐이 상시화되면 경기 침체가 지속할 수도 있다. 이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일반 서민이다. 국민 생활의 질 하락을 이미 중국은 지난 1~2월 크게 경험했다. 셧다운으로 경제는 망가졌고 사람들의 자유는 억압받았다.

그러면서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인민을 먹고살게 해주는 것으로 정당성을 확보해 온 중국 공산당으로선 가장 두려워하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책임론이 불거지며 생기는 인종, 민족 갈등도 잠재적 리스크다.

비대면 경제 가속화…시장 선도 노린다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의 한 음식점에서 한 고객이 자신의 건강 QR 코드를 점원에게 보여주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의 한 음식점에서 한 고객이 자신의 건강 QR 코드를 점원에게 보여주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두려움 속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절에 중국이 자신감을 갖는 분야가 이른바 ‘언택트(Untact)’경제다.

중제지고는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은 비접촉이 대세가 될 텐데 산업도 이를 따라가게 된다”며 “스마트폰 위챗 앱의 '건강 코드’ 기술이 코로나19 예방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디지털화와 가상 기술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사회 경제적 운영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빅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 자산, 데이터 프라이버시, 데이터 보안 및 데이터 전쟁이 미래 논의될 의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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