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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자리가 관이 된다…코로나가 만든 슬픈 '종이 침대'

중앙일보

입력

병원 침대와 관(棺).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 체계가 붕괴된 나라들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두 가지다.

길거리 시신 방치 에콰도르 사태 계기 #콜롬비아서 병원 침대와 관 겸용 제작 #환자 사망시 텅 빈 침대 안에 시신 보관 #"최다 150kg 견디고, 가격은 약 10만원"

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한 기업은 이 두 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으로 변하는 종이 침대'를 제작해 공개했다.

지난 8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기업에서 제작한 '관으로 변하는 침대'의 사용 방법을 직원들이 시연하고 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평소 병원 침대로 사용하다가 환자가 사망할 경우 침대 뚜껑을 열어 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침대는 상반신을 위로 올려주는 기능과 금속 난간을 갖췄고, 무게 150k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지난 8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기업에서 제작한 '관으로 변하는 침대'의 사용 방법을 직원들이 시연하고 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평소 병원 침대로 사용하다가 환자가 사망할 경우 침대 뚜껑을 열어 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침대는 상반신을 위로 올려주는 기능과 금속 난간을 갖췄고, 무게 150k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른바 '침대 관'이다. 이 제품은 일반 병원 침대처럼 상반신을 위쪽으로 올려주는 기능과 환자들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금속 난간을 갖췄다. 골판지로 탄탄하게 만들어 약 150kg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게 이 기업의 설명이다. 가격은 약 10만원이다.

콜롬비아에 등장한 관으로 변하는 침대. 텅빈 침대 속에 시신을 눕힌 후 뚜껑을 덮으면 관이 된다. [AP=연합뉴스]

콜롬비아에 등장한 관으로 변하는 침대. 텅빈 침대 속에 시신을 눕힌 후 뚜껑을 덮으면 관이 된다. [AP=연합뉴스]

평소 병원에서 침대로 사용하다 환자가 사망할 경우 관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이 침대 안은 텅 비어 있어 이곳에 시신을 눕힌 후 별도로 제공되는 뚜껑을 덮으면 된다.

이 콜롬비아 기업이 이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 건 이웃 나라 에콰도르의 비극이 계기가 됐다. 최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에콰도르를 강타하면서 시신이 길거리에 방치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망자가 병원과 장례식장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발생하면서 시신 처리에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관으로 변하는 침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기 위해 직원 6명이 그 위에 올라 앉았다. [AP=연합뉴스]

관으로 변하는 침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기 위해 직원 6명이 그 위에 올라 앉았다. [AP=연합뉴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10일 오후 4시 기준 에콰도르의 누적 확진자는 2만9071명, 누적 사망자는 1717명에 이른다. 확진·사망자의 급증으로 에콰도르의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서 병실과 영안실 사이엔 시신 수십구가 쌓여있고, 시신 운구용 가방도 남아있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을 처리할 여건이 되지 않아 며칠 동안 집에 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직원이 관으로 변하는 침대를 제작하고 있다. 가격은 약 10만원이다. [AP=연합뉴스]

한 직원이 관으로 변하는 침대를 제작하고 있다. 가격은 약 10만원이다. [AP=연합뉴스]

이 '종이 침대·관'을 제작한 기업 관계자는 "목재 관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가난한 가정들도 있다"면서 "이 종이 관이 비용적인 부담도 덜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업은 침대를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할 계획이다. 콜롬비아의 누적 확진자는 1만495명, 누적 사망자는 445명이다. 콜롬비아에선 아직 의료 체계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에콰도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골판지를 이용해 관으로 변하는 침대를 조립하는 직원들. [AP=연합뉴스]

골판지를 이용해 관으로 변하는 침대를 조립하는 직원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 '침대 관'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사는 데일리메일에 "이 골판지 침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의문이고, 골판지 관에 시체를 넣더라도 시신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신을 비닐로 밀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미국 뉴욕에서도 트럭들에 부패한 시신들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한 한 장례식장이 트럭을 빌려 얼음과 함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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