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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폰카로 Dslr급 사진찍기 '아주 특별한 꽃' 조름나물 꽃

중앙일보

입력

조름나물을 아십니까?

조영학 작가가 "조름나물'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막상 아무 대답을 못 했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나물이기에
조 작가는 태백까지 가자고 했을까요?

찾아가는 길, 심란했습니다.
세해 전, 불로 타버린 산길을 타야 했습니다.
벌거숭이 산 고갯마루에  덩그런 한 그루 나무,
한 그루라서 더 맘이 아립니다.
남은 한 그루로 인해 그날의 상흔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벌거숭이 산길을 지나 조그만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아주 작은 산속 저수지입니다.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니 하얀 꽃들이 어른거립니다,
바로 조름나물 꽃입니다.
산 건너 물 건너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 친구입니다.

물속에 뿌리를 두고 자랐습니다.
꽃에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합니다.
마치 어리연 꽃 같습니다.
여남은 송이 어리연 꽃이 한데 뭉쳐 핀 것만 같습니다.

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조름나물은 멸종위기 식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무 데서나 자라지 않고
거의 대관령·삼척 이북지역에서만 자란다고 합니다.
그러니 귀하디귀한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특별한 꽃,
조름나물 꽃에 대한 조 작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꽃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핍니다.
 큰까치수염같이 이렇게 뭉쳐 있는 꽃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이러면 꽃이 다 피고 질 때까지
자기 생명력이 되도록 오래 유지됩니다.
 마지막 까지  수정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내는 그들의 생존방식,
밑에서부터 차례로 꽃을 피우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조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니
꼭대기에 올망졸망한 꽃망울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왜 이름이 조름나물일까요?
조 작가의 두 가지 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짐승이 먹고 졸더라’
그래서 조름나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안정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꽃잎의 실 털이 물고기 아가미에 있는 빗살무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조름나물이라고 합니다.
아가미의 그것을 조름이라고 부르거든요."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면 늘 긴가민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가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면 백과사전과 생태 도감에
대부분 개화 시기가 7~8월로 나와 있습니다.

여기 태백에선 지난 4월 말부터 개화되었습니다.
지난해도, 그 전해도 4월 말에 개화되었다고 합니다.
지구 환경 변화 때문인지,
그들의 생태가 바뀐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꽃이 4월부터 핀다는 겁니다.
현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수지엔 바람이 유난합니다.
주변 산이 휑하니
거침없는 바람이 예서제서 불어와 물결을 일으킵니다.
이러니 물에 든 꽃의 배경이 각양각색이 됩니다.
바람의 방향,
바람의 세기,
바람 탄 햇살에 따라
꽃은 달리 보입니다.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살피고
물결을 고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휴대폰 카메라로
조름나물 꽃을 촬영하는 화면이
동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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