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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30년전 소총만 붙들고 있다"···차세대 총싸움 뒤처진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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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유튜브에 중국 국영 CCTV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CCTV는 ‘새로운 시대의 기업 모델(新時代央企楷模)’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의 제208 방위산업(兵器工業) 연구소를 소개했다. 베이징(北京) 창핑(昌平) 지구에 있는 이 연구소는 1100명 이상의 직원이 주로 총기를 개발하는 곳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제식 돌격소총인 QBZ-95도 이 연구소의 개발품이다.

중, '짝퉁'에서 ‘대륙의 실수’ #일, 유럽 기술 도입 고가형 #한, 미국 신제품 본 뒤 결정

중국병기공업 제208 연구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장병이 신형 자동 소총인 QBZ-191을 쏘고 있다. [wwbdwwbd 유튜브 계정 캡처]

중국병기공업 제208 연구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장병이 신형 자동 소총인 QBZ-191을 쏘고 있다. [wwbdwwbd 유튜브 계정 캡처]

연구소의 업적을 자랑하는 목적의 다큐멘터리에서 중국군 장병이 새로운 소총을 쏘는 장면이 살짝 지나갔다. 이 소총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장면이 제법 길다.

QBZ-191(가칭) 자동소총이다. 중국은 자동소총을 칭우치 부창 즈동(輕武器, 步槍, 自動)이라고 부른다. 영문 표기는 QBZ다. 그리고 개발이 완료한 연도를 뒤에 숫자로 붙인다. QBZ-191은 2019년 개발이 끝난 자동소총의 첫 모델이라는 뜻으로 미국의 전문가가 추정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QBZ-191은 총열을 짧게 만든 개인 방어 화기(PDW)다. 이 밖에도 중국은 보병용 돌격소총, 분대 지정사수(DM)용 저격소총(DMR) 등 추가 모델을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 네티즌도 고개를 내젓는 QBZ-95  

다큐멘터리의 사격 장면을 보면 QBZ-191 탄피 배출구 주변을 흐릿하게 처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봐선 안 될 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오버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치를 때 QBZ-191을 이미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1일 중국 열병식에서 QBZ-191을 들고 있는 인민해방군 육군 장병.

지난해 10월 1일 중국 열병식에서 QBZ-191을 들고 있는 인민해방군 육군 장병.

당시 중국이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스텔스 드론과 같은 화려한 무기에 눈길이 가면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수 중국군 장병이 이 총을 걸고 행진했다. 당시 중국 CCTV 아나운서는 “신형 돌격 소총은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졌고, 모듈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화력이 더 세고, 신뢰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겉모습만 봐선 미국이나 유럽의 제식 돌격소총처럼 보인다. 각종 액세서리를 달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이 특징이다. 열병식에 나온 QBZ-191은 도트 사이트(dot sightㆍ조준경)로 보이는 광학 장비가 붙어 있다. 전방 손잡이도 보인다. 전방 손잡이는 다리 두 개를 뽑아 양각대로 쓸 수도 있다.

물론 열병식 당시 대다수 중국군은 현재 제식 돌격소총인 QBZ-95를 들었다. 1997년 홍콩 주둔군을 통해 서구에 처음 알려진 QBZ-95는 불펍 소총이다. 탄창을 방아쇠 앞에 꽂는 일반 소총과 달리 방아쇠가 탄창 앞에 있다. 이렇게 하면 총열의 길이를 짧게 할 수 있다. 이 돌격소총은 300만 정 이상이 생산돼 중국은 물론 라오스ㆍ미얀마ㆍ파키스탄 등으로도 수출됐다.

그러나 ‘국뽕(자국이 최고로 여기는 풍조)’ 중국 네티즌도 QBZ-95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 정도로 단점이 많다. 중국판 위키피디아는 QBZ-95의 14개 단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조종간을 바꾸기 힘들고, 품질이 안 좋다는 점 등이다.

가공 정밀도가 부족해 총기 손질을 잘해놓지 않으면 2000발 발사 후 약실과 총열에 그을음과 잔류 화약이 남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잔류 화약은 총성과 화염을 크게 만들고,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 창핑(昌平) 지구 인민해방군 열병식 연합 훈련소에서 중국 육·해·공군과 유엔 평화유지군 의장대가 열병식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이 든 소총이 QBZ-95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 창핑(昌平) 지구 인민해방군 열병식 연합 훈련소에서 중국 육·해·공군과 유엔 평화유지군 의장대가 열병식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이 든 소총이 QBZ-95다. [연합뉴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의 AK를 베꼈다고 평가를 받는 QBZ-03을 2003년 내놨다. 그런데 이 돌격소총은 인민무장경찰부대(무경) 또는 2선급 부대에서나 볼 수 있다. 중국군이 QBZ-03으로도 성에 안 찼다는 의미다.

‘대륙의 실수’ QBZ-191  

중국은 QBZ-191에서 불펍을 버리고 다시 전통적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쓰는 쇼트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도 채택했다. 노리쇠 뭉치와 연결되지 않은 피스톤(쇼트 스트로크)이 가스의 압력을 받아 움직이면서(가스 피스톤) 작동하는 방식이다. 노리쇠 뭉치와 피스톤이 연결된 롱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의 소총은 러시아의 AK-47과 한국의 K2가 유명하다.

QBZ-191 [사진 163닷컴]

QBZ-191 [사진 163닷컴]

QBZ-191의 세 가지 모델 중 PDW의 총열은 26.7㎝이며 보병용 돌격소총은 36.8㎝이라고 한다. DMR은 좀 더 긴 총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PDW의 유효 사거리는 300m, 돌격소총은 400m, 저격소총은 최대 600m다. 1분당 최대 750발을 쏠 수 있다.

파이어암블로그에 따르면 QBZ-191는 반자동(단발) 사격과 자동 사격을 고를 수 있는 조종간이 있다. 그러나 3점사 기능은 없다. 피카티니 레일엔 각종 액세서리를 손쉽게 달 수 있다. QBZ-95는 액세서리 부착이 힘들었다.

QBZ-191은 탄약으로 중국군 제식 탄약인 5.8㎜를 쓴다. 이 구경의 탄약은 중국에서만 생산한다. QBZ-191 탄약은 구경은 기존 것과 같지만, 중국은 파괴력을 더 높이기 위해 새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중국은 특히 새 탄약이 미국과 유럽의 방탄복을 꿰뚫기를 기대하고 있다.

QBZ-191 지정사수용 저격소총(DMR). [사진 NITEWING]

QBZ-191 지정사수용 저격소총(DMR). [사진 NITEWING]

중국의 폐쇄성 때문에 QBZ-191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로만 보면 나름 ‘대륙의 실수’라는 찬사(?)가 붙을 만하다.

군사 전문지인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은 “일부 서구 전문가들이 QBZ-191을 HK416이나 FN SCAR를 베꼈다고 저평가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홍 편집장은 “중국이 서구 소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더 나은 기능과 성능을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닮아진 것”이라며 “중국군의 각종 총기 액세서리를 보면 거의 서구 수준에 따라왔다”고 말했다.

1정에 270만원이 넘는 일본 20식 소총

일본도 차기 소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일본 자위대의 제식 돌격소총인 89식은 가격이 30만엔(약 300만원)이 넘는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1989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생산했다. 89식은 총기에 레일이 없다. 광학장비 등 액세서리를 달려면 옵션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은 차기 소총을 찾기 시작했다. 아직 정식 명칭이 나오지 않았지만 20식이라고 부른다. 올해 구매 예산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일본의 차기 돌격소총인 20식 도면. [사진 Military Blog]

89식의 제조사인 호와(豊和) 공업은 지난해 12월 HK416의 독일 헤클라&코흐와 SCAR-L의 벨기에 FN을 물리치고 차기 소총 사업자로 뽑혔다.

호와 공업은 이미 지난해 8월 20식의 디자인 도면을 의장 등록했다. 이 도면에 따르면 20식은 89식과 같은 쇼트 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이다. 89식은 조종간을 오른쪽에만 단 데 비해 20식은 양쪽 모두에 달았다. 오른손잡이가 89식을 쏠 경우 조종간이 오른쪽에 있어 불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3점사도 없앴다. 탄창은 가벼운 폴리머 재질로 만들며, 레일 시스템은 기본이다.

2020년도 방위 예산안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올해 20식 3283정 조달에 9억엔을 편성했다. 1정당 가격은 27만4000엔 정도다. 89식보다는 싼 편이다.

미국 해병대원이 M27을 사격하고 있다. M27은 헤클라&코흐 HK416의 미 해병대 버전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 해병대원이 M27을 사격하고 있다. M27은 헤클라&코흐 HK416의 미 해병대 버전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FN의 SCAR. [사진 위키피디아]

FN의 SCAR. [사진 위키피디아]

홍희범 편집장은 “일본의 20식 역시 HK416과 SCAR를 많이 닮았다”며 “일본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소총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자존심을 다 버리고 유럽의 총기를 따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 멀리 뒤처진 한국  

차기 소총 사업에서 중국과 일본이 잰걸음으로 달려가지만, 한국에선 감감무소식이다. 육군 관계자는 “차기 소총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제식 돌격소총인 K2를 카빈형으로 개조한 K2C1. 6.8㎜ K2C1은 이 소총에서 6.8㎜ 구경용 총열만 바꾼 것이다. [사진 ST모티브]

한국군의 제식 돌격소총인 K2를 카빈형으로 개조한 K2C1. 6.8㎜ K2C1은 이 소총에서 6.8㎜ 구경용 총열만 바꾼 것이다. [사진 ST모티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육군이 차기 소총 사업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총기ㆍ군복ㆍ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전투원의 전투력을 높인다는 워리어 플랫폼 사업이다. 올해부터 워리어 플랫폼을 보급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지만 아직도 틀이 잡히지 않았다. 예산도 부족하지만, 워리어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 적기 때문에 도입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 육군의 차기 소총 사업이다. 미 육군은 올해 6.8㎜ 구경의 신형 소총(NGSW-R)과 기관총(NGSW-AR)을 개발하려고 한다. 미군과 함께 싸우는 연합사 체제에서 아무래도 육군은 미 육군의 차기 소총 사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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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산업체 자체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인 ST모티브와 국내 최대 탄약 제작업체인 풍산은 지난 2월 한국형 차세대 6.8㎜ 소총과 탄약 개발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6.8㎜ 소총ㆍ탄약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재 K2의 카빈 버전인 K2C1에 6.8㎜ 총열을 달아 시험 사격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한다. 총열 길이는 40.6㎝이다. 강선은 4조 우선이고, 작동 방식은 롱스트로크 가스 피스톤이다. 유효 사거리는 600m이며 발사 속도는 1분당 700~900발이다.

지난해 9월 20일 인천광역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기동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전투복, 전투화, 방탄복, 방탄헬멧, 소총 등 33종의 전투 피복과 전투 장비로 구성된 개인 전투수행체계로 작전 수행능력을 높여준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0일 인천광역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기동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전투복, 전투화, 방탄복, 방탄헬멧, 소총 등 33종의 전투 피복과 전투 장비로 구성된 개인 전투수행체계로 작전 수행능력을 높여준다. [연합뉴스]

6.8㎜ K2C1은 탄창을 뺀 무게가 3.6㎏가량이다. K2C1보다 400~500g 더 무겁다. 탄창과 액세서리를 달면 4㎏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ST모티브 관계자는 “전체 무게를 K2C1 수준으로 억제하도록 개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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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령관을 지낸 전인범 예비역 육군 중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K계열 소총이 30년 전에 나올 때만 해도 우수한 소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30년 동안 의미 있는 개량이 없었다는 점과 충분히 생산하지 않았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이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차기 소총 개발이 늦어져 가장 기본적인 화기가 주변국보다 열등한 위치에 오게 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이철재 기자 sea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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