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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혼밥, 웃음 실종···'코로나 룰' 점령한 해외 학교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페이스실드‧마스크 무장…서바이벌 장(場)된 코로나 시대 학교

지난달 28일 대만의 한 중학교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얼굴 보호막인 페이스실드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역시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마이크를 사용해 수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만의 한 중학교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얼굴 보호막인 페이스실드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역시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마이크를 사용해 수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의 아이들이 속속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문을 닫은 세계의 초·중·고교들이 잇따라 개학하면서다.

세계 학부모들 개학 찬반 논쟁 뜨거워 #노르웨이·덴마크·독일·베트남 등 개학 #쉬는시간 분산, 최다 3명까지 놀게해 #韓·싱가포르·프랑스·네덜란드 곧 등교 #덴마크, "아이들 종종 거리두기 잊어" #英, "한반 5명돼야 '2m룰' 가능, 개학 NO"

하지만 아이들은 코로나19 시대 이전과는 다른 학교를 만나게 됐다. 거리 두기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른바 '코로나 룰'이 점령한 낯선 학교에 적응해야 한다.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중간에 위치한 패로제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중간에 위치한 패로제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이스 실드(얼굴 보호막)와 마스크로 무장한 채 등교해 교문 앞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짝꿍 없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들으며 '나 홀로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양팔을 벌린 간격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양팔을 벌린 간격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학교는 이제 코로나19와 싸우는 서바이벌 장(場)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학에 대한 세계 학부모들의 우려는 크다. 이미 개학을 한 나라들과 개학을 앞둔 나라들에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국 역시 이달 13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유치원, 초·중·고교가 단계적으로 문을 연다.

지난달 28일 영국의 초등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영국은 아직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학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하는 필수 근로자일 경우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8일 영국의 초등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영국은 아직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개학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하는 필수 근로자일 경우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했다.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게 될까. 아이들에게 코로나19 이전의 학교를 되돌려 줄 수 있느냐는 어른들에게 달려 있을지 모른다.

‘쉬는시간 분산’ 독일, ‘최다 3명까지 어울려야’ 노르웨이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매체 인디100, BBC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학한 주요 나라에는 노르웨이‧덴마크‧독일‧중국‧대만·베트남‧이스라엘 등이 있다.

지난 4일 독일 함부르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계단을 한줄로 올라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독일 함부르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계단을 한줄로 올라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르웨이는 지난달 20일 유치원의 문을 연 데 이어 지난달 27일엔 초등학교의 문을 열었다. 노르웨이는 한 교실의 수용인원을 최다 15명으로 정했다. 학교에 손 씻기 시설을 늘리는 한편 학교 곳곳에 '2m' 거리 두기를 알리는 표시를 해뒀다. 또 저학년은 최대 3명, 고학년은 최대 6명까지만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도록 인원수도 정해줬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시간을 분산시켰다.

덴마크는 지난달 15일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부터 문을 열었다. 덴마크 교육 당국은 교실 책상 간 거리를 2m씩 떨어지도록 권장했다. 등교 시간을 세밀하게 나눴고, 야외 수업은 학교 운동장을 구역별로 나눠 진행한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손 씻기 시간도 갖는다.

개학한 학교에서 손을 씻고 있는 노르웨이의 초등학생. [로이터=연합뉴스]

개학한 학교에서 손을 씻고 있는 노르웨이의 초등학생.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은 지난 4일부터 단계적 등교를 시작했다. 독일 교육 당국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도에서 일방통행하도록 했고, 반마다 쉬는 시간을 다르게 했다. 한 교실에 10명 이상 모이지 않도록 온라인 수업도 병행한다. 공용 장소에선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숀 로베르츠 쾰른 국제학교 교장은 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우린 그 학생과 가장 가깝게 앉았던 학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한 중학교에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페이스실드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선생님이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대만 초등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교실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대만 초등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교실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AFP=연합뉴스]

개학을 앞둔 나라로는 한국‧싱가포르‧프랑스‧네덜란드 등이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이달 11~12일, 싱가포르는 이달 19일 개학한다. 영국은 다음 달 초 개학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순차 개학하는 한국은 모든 학교에 체온계가 비치되고,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다. 급식 시간을 분산하거나 식당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접촉을 줄인다.

지난 4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한 학생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한 학생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에게 개학을 채근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확진자 120만명, 사망자가 7만명이 넘는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개학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덴마크, “아이들이 종종 거리두기 잊어” 이스라엘 출석률 60% 

나라마다 학교 문을 여는 상황과 사정은 다르지만, 개학을 찬성하는 쪽의 이유는 비슷하다. 온라인 수업은 부모의 지도 여부에 따라 교육 격차가 커지고,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있어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한 초등학생이 오랜만에 돌아온 교실의 책상을 닦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한 초등학생이 오랜만에 돌아온 교실의 책상을 닦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어린아이의 코로나19 감염률이 적은 것도 근거로 든다.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20세 미만은 전체 인구의 22%이지만 감염률은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하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개학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15일 태국 방콕의 승려 교육기관에서 승려 수련생들이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태국의 정규학교 학기는 5월 시작되고, 태국 정부는 개학을 7월로 연기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태국 방콕의 승려 교육기관에서 승려 수련생들이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쓴 채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태국의 정규학교 학기는 5월 시작되고, 태국 정부는 개학을 7월로 연기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비좁은 교실과 복도, 집단활동 등 학교의 특성상 거리 두기가 어려워 아이들을 감염 위험에 빠트린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등교를 시행한 나라들에선 어떨까. 덴마크 교사 연합 대표는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종종 거리 두기를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덴마크 학부모가 만든 페이스북 그룹 '우리 아이는 기니피그(guinea pig)가 돼선 안 된다'의 팔로워는 4만명이 넘는다. 아이들의 건강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호소다. 이 그룹을 만든 덴마크 학부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이들을 학교에 돌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4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문을 열었지만 2주 후에나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덴마크 초등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덴마크 초등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덴마크 학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건 개학 후 증가한 확진자 수다. 등교를 시작한 지난달 15일 6511명이었던 덴마크의 누적 확진자 수는 7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1만136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독일의 한 학생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개학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독일의 한 학생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개학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일 개학한 이스라엘의 출석률은 약 60% 정도라고 한다. 7일 CNN은 이런 현상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돌려보내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독일에선 아이들이 코로나19 감염이 두렵다며 개학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일 독일의 초등학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일 독일의 초등학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표적인 '개학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나라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지난 3월 개학 후 집단 감염이 발생해 2주 만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한 달 만에 확진자가 14배로 늘었다.

英, 개학 거센 반발…"한반 5명 있어야 2m 거리 두기 가능"  

개학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 당국이 다음 달 초 개학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언론은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망자(누적 2만9427명)가 유럽에서 가장 많고,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확진자(19만4990명)는 세계에서 넷째로 많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영국의 한 어린이. [AFP=연합뉴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영국의 한 어린이.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선 "개학 불가" 의견이 우세하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파크랜드 초등학교의 크리스 다이슨 교장은 섣부른 개학으로 인한 2차 확산을 우려하면서 "돈이 우선이냐, 건강이 우선이냐"고 되물었다.

독일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수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어 "초등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이런 근거를 댔다. 다이슨 교장은 줄자를 들고 모든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2m씩 떨어져 앉을 경우 몇 명이 앉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앉을 경우 한 교실에 5명밖에 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현재 이 학교의 한반 인원은 25명이다.

비좁은 복도와 계단에서도 아이들이 뒤섞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계단이 좁아서 학생 10명만 있어도 일방통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을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먹게 해도 수다를 떨기 위해 서로의 테이블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중국 시안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서로 떨어져 앉은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 시안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서로 떨어져 앉은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 교사는 "만약 스페인이 9월까지 개학을 안 한다면, 왜 (영국이) 개학을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누적 사망자가 영국보다 적은 스페인(2만5613명)도 개학하지 않는 데 영국의 개학 준비는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한국에선 개학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개학을 미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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