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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 성장 근간 흔들릴까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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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호 04면

팬데믹 속 리쇼어링 급부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일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세계 경제 정세가 매우 복잡해졌다”며 “장기간에 걸쳐 외부 환경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 권력기구이자 의사결정기관인 상무위 회의 내용이 공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사흘 전인 지난달 5일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시 주석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주요국의 리쇼어링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중국 상무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상무부 대변인과 중국 기자의 질의응답은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에 집중되기도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사실 중국은 그동안 주요국의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 사슬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리쇼어링 공약’을 들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중국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며 “행운을 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당시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공장 1000곳 이상을 미국 본토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영자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당선자의 리쇼어링 공약으로) 오히려 중국이 트럼프의 노력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이 중국발(發) 부품 공급 차질로 호된 경험을 하면서 중국도 긴장하고 있다. 탈(脫)중국이 본격화하면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개혁·개방으로 쌓아 올린 고도성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 중 본국 회귀를 검토한 곳이 80%에 이른다. 미국 애플만 해도 중국 내 위탁생산 시설 중 상당 부분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특히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에 예민한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가뜩이나 각국이 중국의 무역의존도를 경계하는 시점에서 일본의 중국 이탈은 또 다른 리쇼어링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을 포기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제조 기지이자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커 깁스 상하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회사를 옮기는 건 여행 가방 싸는 것과는 다르게 복잡한 과정”이라며 “중국은 지난 20년간 서방 국가의 생산기지로서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과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도 중국 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의미다.

천펑밍 전 중국 현대국제연구원 소장은 지난달 28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고립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가이자 소비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3월에만 중국에서 1만2000여 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0% 이상 상승한 실적이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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