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인프라 고득점…반도체·신약 개발 ‘1조 현미경’ 청주로

중앙선데이

입력 2020.05.09 00:25

업데이트 2020.05.0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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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호 06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시종 충북지사,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앞줄 왼쪽 다섯번 째부터) 등이 8일 충북도청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오창 유치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시종 충북지사,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앞줄 왼쪽 다섯번 째부터) 등이 8일 충북도청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오창 유치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조원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로 충북 청주가 최종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청주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전남 나주는 탈락했다.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 안팎
생산유발 6조대, 일자리 13만개
산업·기초과학에 쓰는 필수장비

태양보다 100경 배 밝은 X선 활용
원자 크기 물질 파악 ‘거대 현미경’
예타 통과하면 2028년 본격 운영

과기정통부는 7일 두 지역 후보지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하고 1위 지역인 청주를 최종 사업 예정지로 확정했다. 선정평가 기준에 따른 점수는 충북 청주가 90.54점, 전남 나주가 87.33점이다.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입지 조건’의 배점이 50점으로 가장 높다. 여기에는 부지의 안정성과 인근 배후도시의 여건 등도 포함된다. 이번 방사광가속기는 산업지원이 첫째 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사업공고의 제목에서 ‘산업지원 및 선도적 기초 원천 연구 지원을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임을 명시하고 있다.

충북 청주는 접근성이 높고 인근에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와 대덕연구단지 등 연구 인프라가 밀집돼 있어 이용자 수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고려됐다. 정병선 과기부 제1차관은 “충북 청주는 특히 지리적 여건과 발전 가능성 분야에서 타 지역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종 부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인근 천안, 평택, 아산 등에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연구소, 삼성전자반도체연구소, LG화학 기술연구원 등이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주요 활용분야인 반도체산업의 84.9%, 의약품의료기기산업의 58.4%, 화학물질산업의 63%가 중부권과 수도권에 모여 있다. 인근에 KTX 오송역, 청주국제공항 등이 있어 국내외 교통여건도 편리하다.

전남 나주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호남권에 가속기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청주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 나주는 GIST(광주과학기술원)·전남대·전북대 등 호남지역 대학과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와 연계,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청주 출신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다선 지역구 의원 등 정치적 입김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명철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위원회 위원장(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부지 선정에 있어)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과학기술인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공정하게 평가해 우리나라의 경쟁력 제고에 가장 적합한 입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선정위는 올 2월부터 3차에 걸친 사전 준비 회의와 지자체의 유치계획서 서면검토 후, 발표평가(6일)와 현장확인(7일)을 거쳐 부지를 선정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방사광가속기를 두고 지자체 간 경쟁이 뜨거운 것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면 6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조4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13만7000명에 달한다.

방사광가속기는 일종의 최첨단 ‘거대 현미경’이다. 청주에 만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 배 밝은 강력한 X선을 활용해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한다. 기존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단백질 구조나 1000조분의 1초에 준하는 찰나의 물질 변화와 세포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과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산업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에도 필수적인 첨단장비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AIDS 치료제 사퀴나비르 등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대표적 신약 개발 성과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는 경북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2대(3·4세대)가 있다. 1995년 세계에서 5번째로 포스텍에 방사광가속기를 처음 설치했다. 2017년에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를 돕기 위해 지난 3월 방사광가속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최근 3년 연평균 346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 포화상태다. 과기정통부는 5월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2022년 구축을 시작해 2028년부터 본격 운영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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