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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 77% 위암, 20% 재발돼 추적 검사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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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우리나라 암 발생 1위는 위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2017년)에 따르면 위암은 인구 10만명당 57.9명이 진단받았다. 반면 5년 생존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1993~1995년은 43.9%인데 반해, 2013~2017년은 76.5%로 크게 향상됐다.

조기 위암 중 95% 이상이 무증상 #40세 넘으면 1~2년에 한 번 검진 #내시경 절제술 뒤에도 관찰 필요 #헬리코박터균 없애야 재발률 낮춰

이런 생존율 향상은 위암의 병태생리적 특성인 조기 위암의 완치 가능성 때문이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국가 건강검진으로 상부위장관 내시경이나 조영술 검사로 위암 검진을 시행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검자의 증상과 관계없이 40세 이상이면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권유한다. 국가검진 프로그램 외에도 우리나라의 내시경 검사 비용은 세계에 비교할 대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게 들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자주 검사받고 있다.

조영술보다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여기서 중요한 점은 ‘증상과 관계없이’다. 조기 위암은 무증상인 경우가 95% 이상이다. 위암을 조기에 진단받으려면 위장관 증상과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조기 위암은 최근 5년간 17.3% 증가했지만, 진행성 위암은 오히려 3.5% 감소했다. 그만큼 조기 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은 셈이다.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는 가늘고 긴 관으로 된 전자 내시경을 식도로부터 위·십이지장까지 삽입한 후 모니터에 비치는 내부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면서 진단하는 방법이다. 조영제를 마시거나 주입한 후 X선 촬영을 하는 상부 위장관 조영술 검사와 달리,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영술보다는 내시경 검사의 진단율이 더 높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내시경 위암 검진이 위암에 의한 사망률을 현저히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위암의 원인은 다양하다. 음식이 대표적이다. 짜게 절인 음식, 탄 음식, 기름진 음식 등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위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와 술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 외에 중요한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감염이다. 헬리코박터는 위 점막에 붙어 생존하는 균이다. 만성 위염을 일으키고 장기간에 걸쳐 위 점막을 손상해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자의 1~2% 정도에서 위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암이 발생하면 종양 제거가 필수다. 진행성 위암은 수술로 제거한다. 조기 위암은 일정 부분 안에서는 내시경으로도 제거할 수 있다. 보통 이를 ‘치료 내시경’이라고 부른다.

위암의 전 단계인 위선종과 림프샘 전이가 없는 조기 위암은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이라는 치료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물론 조기 위암 중 점막이라는 표층에 있을 경우에 주로 해당한다. 하지만 점막 아래까지 침범한 경우 중 일부도 내시경 절제술 후 추적 관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시경 치료술로 제거 가능할 정도의 초기 암을 가진 환자는 내시경 절제술로 우선 치료한다. 이 치료법은 수술 흉터가 전혀 남지 않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회복이 빠르다. 입원 기간도 짧고 치료비도 적게 든다. 특히 치료를 받고 나서도 위를 그대로 보존하므로 수술로 절제한 환자에 비해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

위암 내시경 절제술 전후에는 철저한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 환자 10명 중 1명은 두 개 이상의 병변(동시성 병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내시경 전문의가 환자의 위에서 암을 발견했을 때, 또 다른 병변이 다른 부위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전체 위를 적절한 시간 동안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내시경 절제술로 위암을 치료한 후에는 5년뿐만 아니라 10년까지 관찰했을 때 5명 중 1명은 재발할 수 있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위 선종을 절제한 환자도 재발 위험에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재발하더라도 철저한 추적 검사를 받으면 대부분 내시경 절제술의 재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조기 위암을 어떻게 치료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조사해 제균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있는 조기 위암 환자는 내시경 절제술 후 제균 치료를 확실히 해야 향후 암 재발률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헬리코박터는 한 번 제균하더라도 다시 발생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헬리코박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지만, 위암을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한 후에도 헬리코박터 감염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짜고 탄 음식 피하고 담배 끊어야

위암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식습관, 금연이 중요하다. 짠 음식과 탄 음식을 피하고,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류는 항산화 물질에 의해 이론적으로는 위암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1~2년에 한 번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하고, 30대라도 소화기 증상이 잦다면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재명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1996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일본소화기학회의 지원으로 내시경 절제술 연수를 했고,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 소화기종양을 연구했다. 조기 위암과 조기 식도암 내시경 치료가 전문분야다. 내시경 관찰시간과 상부위장관 종양 발견율 사이에 큰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공로로 2017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가 주는 학술상을 받았다. 대한상부위장관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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