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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감찰 무마 아닌 종료"…특감반장, "위에서 얘기한 뒤 조치 없이 중단"

중앙일보

입력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열린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한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조 전 장관의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증언을 했다. 조 전 장관측은 오전 재판에서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은 무마가 아닌 종료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조국 “무마 아닌 종료” 이인걸 “공식 조치 없어, 사표로 중단”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중앙 포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중앙 포토]

증인석에 앉은 이 전 반장은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경위에 대해 증언을 했다. 유 전 부시장이 특감반의 자료요청에 응하지 않고 병가를 내자 자신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상황을 보고했을 때의 일이다.

이 전 반장 증언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 병가 사실을 보고받은 박형철 전 비서관은 “보고하고 알려줄게”라고 답했다. 그런 뒤에 “홀드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조 전 민정수석에도 보고가 됐다. 그 이후 박 전 비서관이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더라. 위에서 얘기가 됐다고 하니 감찰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지시를 했다고 이 전 반장은 검찰과 법정에서 말했다. 이 전 반장은 그 지시에 "알겠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감찰 시작 두 달 만에 구명 전화가 너무 들어오고, ‘너무 실세를 건드린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들어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감찰을 진행하던 특감반원들도 침울한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이 전 반장은 “유재수에 대해 4차례 서면 보고를 했지만, 민정수석실에서 공식적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감찰이 종료되면 최종 보고서가 작성되는데, 유재수는 작성되지 않은 게 맞느냐”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홀드 된 상태였고, 사표 받는 거로 하신다고 하니 감찰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특감반 실적에 유재수 감찰 건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저희가 조처를 한 게 없다, 그래서 실적에 넣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 감찰이 ‘홀딩’지시를 받고 조치 없이 중단된 뒤의 상황도 통상 절차와 다르다고 증언했다. 이 전 반장에 따르면 특감반 감찰 내용을 다른 기관으로 이첩할 때는 파견 직원을 통하거나 특감반원이 직접 전달한다. 또는 부처 감사실 담당자를 특감반으로 불러 사안을 이첩해 왔다고 한다. "감찰 결과 전달은 특감반 담당"이라고 밝힌 이 전 반장은 유 전 부시장 건에 대해서는 “저희보고 하라는 지시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가 “유재수 이외에 특감반 감찰 사안을 이첩하며 특감반이 직접 처리하지 않은 게 없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유 전 부시장 건 처리 방식이)통상적인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 “조치 의견 쓰인 보고서, 최종보고서 아닌가”

이어진 반대 신문에서 변호인은 이 전 반장이 작성해 박 전 비서관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관해 물었다. 변호인은 “복수의 조치가 적힌 보고서가 있다”며 이 전 반장이 쓴 보고서에 조치 의견이 담긴 이유를 물었다. 이 전 반장은 “비서관이 가능한 조치가 어떤 게 있을까 해서 수사 의뢰 등등 있다고 구두로 말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보고서에 조치의견을 쓴 것이 아니라 구두로 보고한 게 맞는지 다시 묻자 이 전 반장은 “감찰을 한참 해야 하는데 비서관님이 ‘이 상황에서 처리해야 한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 물어 약간 뜬금없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치 의견을 말했는데, 보고서에 넣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반장은 감찰이 종료되면 조치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증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치의견을 적었다고 했고, 공소사실에도 적혀있다고 돼 있는데 만약 (조치의견이) 적혀 있었다면 민정수석 입장에서는 이게 최종 보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나”고 물었다. 이 전 비서관은 “수석님 생각은 제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반대 신문은 조 전 장관, 박 전 비서관, 백원우 전 비서관 순으로 이뤄졌다. 검찰 및 변호인의 재판 일정상 다음 기일은 6월에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6월 5일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던 전 특감반원 이모 수사관과 김모 수사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부르기로 했다. 7월 17일에는 유 전 부시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이수정 기자 lee.suej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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