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종현의 여기 어디?] 400년 숲, 1박 2000만원 호텔 방…‘더 킹’ 촬영지도 황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GO로케

GO로케’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등장한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이 이곳의 대숲을 거쳐 다른 차원의 대한민국으로 이동한다. [사진 각 업체]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등장한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이 이곳의 대숲을 거쳐 다른 차원의 대한민국으로 이동한다. [사진 각 업체]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설정도 배경도 별난 드라마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가상의 대한제국이 평행세계로 공존한다는 설정의 이야기. ‘차원의 문’을 넘나들게 된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과 대한민국의 경찰 정태을(김고은)이 그렇게 만나 연을 맺는다. 차원의 문이 있는 대숲, 황제가 사는 황실 등 대한제국의 신비로운 공간들은 대체 어디서 촬영했을까.

광안대교·다대포 등 부산 곳곳 #9대에 걸쳐 가꾼 비밀의 대숲 #250년 전통 완주 고택도 눈길

비밀의 숲을 찾아서

남평 문씨 가문이 9대에 걸쳐 가꾼 곳으로 맹종죽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진 각 업체]

남평 문씨 가문이 9대에 걸쳐 가꾼 곳으로 맹종죽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진 각 업체]

‘더 킹’ 속 대한제국에는 청와대가 없다. 그 대신 부산 동백섬에 황제의 거처가 있다. 해운대 빌딩 숲 사이로, 성대한 황궁이 자리한 동백섬의 모습이 여러 차례 지나간다. 이순신 장군 동상도 광화문이 아니라 동백섬 꼭대기에 세워져 있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면들이다.

진짜도 있다. 차원의 문이 있는 동백섬의 신비로운 대숲은 부산시 기장군의 아홉산(361m) 자락에서 촬영했다. 남평 문씨 가문이 400년 가까이 9대에 걸쳐 가꿔 온 52만㎡(약 15만 평) 숲이다. 출입을 엄격히 막았다가 2016년부터 숲 일부를 개방했다. 숲 이름은 낯설지만, 풍경은 퍽 익숙하다. 영화 ‘군도’ ‘대호’,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더 킹’에서 그려진 대로 대나무가 아홉산숲을 빽빽이 채운다. 지름이 어른 허벅지만 한 맹종죽, 거북이 등 껍질을 닮은 구갑죽 등 대나무만 18종에 이른다.

차원의 문으로 등장하는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지금도 대숲 한가운데 서 있다. 촬영을 위해 임시로 세운 돌기둥인데, 드라마 팬의 인증사진 장소로 톡톡히 인기를 누리고 있단다. 주말에는 하루 2000명이 다녀가지만, 평일엔 방문객이 200명 정도로 한적하다.

해운대 해안도로, 수영만 요트경기장, 벡스코, 이기대공원 등 이 밖에도 부산의 곳곳이 등장한다. 정태을이 요트를 타고 황궁으로 진입하는 야간 장면 속 거대한 다리는 광안대교, 이곤이 말을 타고 달리던 해변은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대한민국 호텔 vs 대한제국 황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최상급 객실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하루 숙박료가 2000만원에 이른다. [사진 각 업체]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최상급 객실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하루 숙박료가 2000만원에 이른다. [사진 각 업체]

“당신 여기 얼마짜리 호텔인지 알아? 여기 5성급이야”

황제 이곤은 정태을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얄 인피니티 호텔’에 급히 거처를 마련했다가 다이아몬드를 모조리 탕진하고 만다. ‘로얄 인피니티 호텔’은 그냥 5성급 호텔 정도가 아니라,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최상급 객실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다.

면적이 942㎡(약 285평)로, 드라마에서 그려진 대로 운동장만 한 응접실과 2개의 개인 수영장을 끼고 있다. 실내 곳곳에 데미안 허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 14점이 놓여 있다. 대기업 총수, 카지노 큰손 같은 VVIP를 위한 객실로 하루 방값이 2000만원(부가세 별도)에 이른다.

전북 완주의 ‘아원고택’. 약 250년 역사의 한옥이다. [사진 각 업체]

전북 완주의 ‘아원고택’. 약 250년 역사의 한옥이다. [사진 각 업체]

대한제국 황궁은 2019년 현재라는 시대 배경에 맞게 예스러운 멋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장소를 두루 섭외했다. 황실 사람들이 거닐던 다리는 경주 남천에 있는 월정교다.

본래 760년 신라 경덕왕 때 세웠던 다리인데, 석축만 남아있던 것을 경주시가 국비 등 예산 510억원을 들여 2008~2018년에 걸쳐 복원했다. 은은한 조명을 받아 연못과 어우러지는 해 질 녘 풍경이 유독 아름답다.

황실 서열 2순위 이종인(전무송) 교수의 거처로 등장하는 한옥은 전북 완주 종남산(608m) 골짜기에 있는 아원고택이다.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2006년 완주 오성마을로 이축해 미술관과 카페, 한옥스테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JTBC 드라마 ‘발효가족’에도 나왔다. ‘더 킹’에 나온 곳은 사랑채인 연하당으로, 옛 선비들이 시 짓고 노래 부르며 풍류를 즐기던 장소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