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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서 약속한 10억엔, 윤미향은 사전에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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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 등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며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 등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7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걸 윤미향(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은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 악화의 시발점이 위안부 합의 검증이었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 주장 개연성 높아 #소식통 “정부, 윤씨에 합의내용 설명” #윤씨는 한·일 합의 뒤 “졸속” 반발 #공천과정 징용 피해자 대표성 논란

2015년 협상 과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할머니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들은 그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이 협상을 타결하기 전 한국 측 협상팀 소속의 외교부 당국자가 직접 윤 당선인(당시 정대협 대표)을 만나 합의 내용을 사전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측은 협상 막판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으면 합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에 한국 정부는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거의 마지막에 이뤄진 양보이기 때문에 정대협 측에 소녀상 관련 내용을 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외에 ▶일본의 내각 총리대신이 사죄하고 ▶피해자를 위해 일본이 예산으로 10억 엔을 거출한다 등의 내용은 이미 윤 당선인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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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당선인이 이끄는 정대협은 직후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원천 무효화를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피해자와 전혀 상의되지 않은 (합의는) 해결이라 볼 수 없다. 피해자는 모르는 채로 가해자가 이렇게 할 것이라고 해서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는 ‘피해자 및 관련 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같은 해 12월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나 하자가 중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TF는 “외교부는 협상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내용을 설명했다”면서도 “그러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할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듬해 1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해당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일본이 낸 10억 엔으로 만든 화해·치유 재단도 해산했다. 그러면서도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흠집은 내놓고 명목은 유지하겠다는 셈으로 여겨졌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공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위안부 합의는 양국 정상 간 확인을 거쳐 한국 정부가 확약한 것”이라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얻으려면 약속을 지켜라”고 반발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더불어시민당 공천 과정에서 시민사회 추천 후보로 비례대표 7번을 받았다. 당시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를 대표한다고 했다. 막상 강제징용 피해자 활동을 해 온 군소 정당(‘가자평화인권당’)이 추천한 후보는 막판에 배제됐다. 가자평화인권당에선 윤 후보만 포함된 사실을 두고 “처음부터 우리가 원한 게 아니고, (더불어시민당의 전신인 ‘시민을위하여’가) 요청하고, 정말 강제징용 (시민운동가들을) 대우하는 줄 알고 참여했다. 그러나 이렇게 강제징용 정당을 이용해 먹고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주도한 측이 정의기억연대 측에 악감정을 갖고 할머니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할머니의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측이 “보상을 앞세우는 입장이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와 대립했었다”고 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권혜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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