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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3차 추경도 남았는데…1분기 재정 적자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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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 지출은 늘고,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으로 세수는 감소하면서 재정 수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등 정부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각각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가 다음 달 약 30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적자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

통합·관리재정수지 적자 사상 최대

월별 관리재정수지(누계 기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별 관리재정수지(누계 기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1~3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3월 이후 최대 적자다. 종전 최대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누계(-17조3000억원)보다도 2.6배 큰 규모다. 통합재정수지는 국세에 세외수입·기금수입 등을 더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지표로 벌어들인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장성 기금까지 제외해 정부의 순(純)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55조3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악이었다. 월·분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1분기 이후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과거 적자 규모가 가장 컸던 2015년 1분기 누적(-25조8000억원)보다도 2.1배 적자 폭이 커졌다.

경기 악화에 법인세수 6.8조원 급감 

이는 경기악화로 법인세수가 감소하는 등 국세는 감소했지만, 경기 보강을 위한 재정지출은 많이 늘어난 탓이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부터 누적됐던 적자가 올해 들어 더욱 확대하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법인세·소득세를 포함한 국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조5000억원 덜 걷힌 69조5000억원이었다. 1분기 감소 폭만 따져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간 국세 수입이 감소 폭이 가장 컸던 2009년(-2조8000억원)의 3배 규모다.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수가 1분기 1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8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1분기 중 3월 감소 폭만 6조원에 달해 코로나19 영향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기업 실적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로 특별재난지역 내 법인세(1~3개월분)와 수입사의 부가가치세·관세 등을 유예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외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양호했다. 1분기 소득세는 2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덕이다. 부가가치세는 14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2000억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소비세율(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지방에 배분되는 비율)이 15%에서 21%로 커지면서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는 4월부터 소비 위축과 가계 소득 감소 등이 반영되면 이마저도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세수 감소에도 지출은 26.5조 급증

국가채무 추이(중앙·지방정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채무 추이(중앙·지방정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수는 크게 줄어든 반면 지출은 대폭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지출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가경정예산 11조7000억원 중 세입경정 8000억원과 예비비 1조원을 제외한 사업예산 가운데 86.7%를 이미 소진했다. 당초 국회 통과 후 2개월 내 75%를 집행하겠다는 목표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1분기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조5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향후 재정 적자 규모가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을 당초 세출 구조조정만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지원금 수령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하며 3조4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 정부는 이에 따른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9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다음 달 편성되는 약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까지 고려하면 적자 규모는 약 120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향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들며 부가세 등 세수 감소를 예측할 수 있지만 1분기 유예한 법인세 등이 2분기 들어올 가능성을 고려하면 당장 전체 세수 증감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장영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4월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며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영향을 고려하면 1~3월 실적을 바탕으로 4월 납부하는 법인 부가세 등도 향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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