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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월세 못내는데 "소비하라"···저소득층 울린 재난지원금

중앙일보

입력

"현금으로 주면 공과금 낼 텐데…."
지난 4일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이날은 정부가 '긴급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구들을 대상으로 현금으로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준 날이었다.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차상위라 현금을 못 받는 것 알고는 걱정이 되더라"며 "(현금 지급을 못 받는 사람들은)선불카드나 포인트, 상품권으로 준다고 하는데 지역상권 살리기 취지는 좋고,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도시가스비나 수도, 전기 등 공과금을 낼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긴급생활비는 '온라인 결제' 가능 #재난지원금은 공과금, 온라인 사용 안돼

취약계층엔 해당하지 않아 현금 지급을 받지 못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을 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카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공과금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월세를 낼 수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4일 서울 송파구 방이시장에 '재난 긴급생활비 서울사랑 상품권, 제로페이, 온누리상품권 결재 가능'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송파구 방이시장에 '재난 긴급생활비 서울사랑 상품권, 제로페이, 온누리상품권 결재 가능'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재난지원금 사용처 공과금 NO, '배민' 결제는 OK

정부가 전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생계급여 및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자들에게 현금지원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납부 부담이 커진 차상위계층 등이 빠지면서 재난지원에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총 14조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풀면서 경기부양과 소비 진작에만 집중해 차상위계층 등 당장 쓸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부분을 놓쳤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은 "현금 지원이 절실한 차상위계층을 고려해서라도 오는 11일부터 진행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 현금 지급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현장결제'는 가능

지급 수단과 사용처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코로나19 관련 지원금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40만원을 주고 있는 재난 긴급생활비가 대표적이다. 선불카드로 받는 경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선 사용할 수 없다. 금을 사거나, 외화 결제되는 곳에서도 쓸 수가 없고, 통신요금 납부도 안 된다.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로도 쓸 수 없지만, 소지자 정보를 등록하는 경우엔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취소하면 수수료가 붙는 영화, 철도, 고속버스 예매 같은 것도 사용할 수 없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br〉〈br〉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바깥 활동 대신 집에 머물며 음식을 배달해먹는 '집밥족'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br〉〈br〉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월 31일~2월 2일 배달의민족 주문량이 약 493만 건으로 한 달 주문량 443만 건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0.2.5./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br〉〈br〉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바깥 활동 대신 집에 머물며 음식을 배달해먹는 '집밥족'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br〉〈br〉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월 31일~2월 2일 배달의민족 주문량이 약 493만 건으로 한 달 주문량 443만 건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0.2.5./뉴스1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선불카드'를 선택해 받을 수 있지만 '온라인 결제'는 안 된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는 아이 돌봄 쿠폰 사용과 같다"며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은 광역단위로 사용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에 있는 미용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도 있고, 병원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한의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는 온라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주는 선불카드는 온라인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재난지원금을 매칭해 돈을 내기 때문에 광역 단위로 사용제한을 한 것으로 소비 효과를 위한 선택"이라며 "온라인 사용을 하도록 하면 지역 제한이 무너져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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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다만 '현장결제'를 하는 것을 전제로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 앱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동네 식당' 이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플랫폼만 온라인일 뿐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최현수 연구위원은 "배달의 민족 등에 수수료를 내고 가입해 있는 지역식당은 소비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이런 곳에 가입하지 못한 소상공인도 있을 수 있다"며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재난지원금 소비에 따른 격차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예·윤상언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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