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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이 반년간 18kg 뺐다, 논문 입증된 '디지털 다이어트'

중앙일보

입력

A(22·여)씨는 반년 전만 해도 체중 67.6㎏로 체질량지수(BMI)가 26.1인 비만에 해당했다. 매끼 든든히 챙겨 먹고도 단맛의 간식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체중이 점점 불었다. 그런데 8주간 전문가로부터 매일 식습관과 식단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문제 등을 점검받으며 생활 습관을 교정한 결과 11㎏ 넘게 살이 빠졌다. 이후에도 배운 대로 습관을 유지했더니 6개월간 18㎏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약물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음식 조절 등으로 한 달에 평균 3㎏ 가량 살을 뺀 것이다. 

서울대 의대, 디지털 기술 접목한 인지행동치료제 개발 #"체중 감량 동기 높고 우울감 낮으면 성공률 100%"

비만 치료에 이처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해 A씨처럼 비만한 여성을 대상으로 8주간 연구한 결과 체중을 감량하는 데 효과를 봤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널 리서치 모바일 헬스 앤드 유비쿼터스 헬스’ 최근호에 실렸다.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그림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개요. 사진 서울대병원 .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그림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개요. 사진 서울대병원 .

통상 비만은 약물·수술·식이·운동 등으로 치료해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비만 치료에 개인의 동기·자존감·우울·불안 같은 심리적 문제가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해 치료법을 달리했다. 심리 상태에 따른 식단 변화 등을 관찰해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식으로 비만 치료를 시도한 것이다. 여기엔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플랫폼이 활용됐다.

연구팀은 BMI가 25~40의 비만한 18~39세의 성인 여성 70명을 모집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45명이 속한 A그룹은 건강관리 앱인 눔(Noom)과 체지방을 측정하는 가정용 인바디 등을 기반으로 매일 식단과 활동량 등을 파악했다. 여기에 영향을 주는 감정·인지·동기 등도 설문을 통해 매일 점수를 매기게 했다.

이런 다차원적 요소를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모니터한 뒤 개인 맞춤형으로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가령 갑자기 기분 관련 점수가 악화하고, 이에 따라 식단에 변화가 생기면 이유를 따지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체행동을 알려주는 식이다. 한 사례자는 식단이 잘 관리되다 갑자기 피자를 연달아 먹은 것으로 확인돼 원인을 알아보니 이성 친구와의 다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고칼로리 식단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쇼핑을 한다든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식으로 바꿔볼 것을 조언했다.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 unsplash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 unsplash

다른 25명이 속한 B그룹은 이런 전문가 개입 없이 자가관리를 했다.

8주간 변화는 놀라웠다. A그룹은 A씨 경우처럼 최대 11㎏ 넘게 감량하는 등 체중이 줄었다. B그룹에서도 체중 감량은 있었지만 최대 감량 폭은 4.9㎏에 그쳤다.

8주의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이런 효과는 이어졌다. 4개월간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된 조언에 따라 생활습관을 유지해 요요현상 없이 지속적인 체중 감량이 확인된 것이다. A씨는 이후에도 배운 대로 생활을 교정해 6개월간 모두 18.4㎏을 뺐다. BMI는 19로 내려갔고, 체지방률은 39.8%에서 20.5%까지 떨어졌다. 연구를 진행한 김미림 연구원은 “A씨의 경우 단순히 체중만 준 게 아니라 근육량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체지방률을 대폭 줄였다. 단순히 먹지 않는 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중앙포토

서울의대 최형진 연구팀은 인지행동치료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만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제'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중앙포토

최형진 교수는 “보통 코치가 끝나면 바로 요요현상이 시작되는데 지속가능한 생활습관을 알려주다 보니 효과가 있었다”며 “디지털 치료 후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요요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비만이 심리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며 “체중 감량 동기가 높고, 우울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치료 성공률이 10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보건소 등에서 이를 활용해 비만 치료를 진행하되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환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크리닝하고 적합한 치료적 요소를 선별한 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 바로 우울증 치료를 한 뒤 이런 치료를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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