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기 대란 오나…웬디스서 햄버거 사라지고 마트는 구매 제한

중앙일보

입력 2020.05.07 05:00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육류공장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쇠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매장 5개 중 1곳에서 햄버거를 팔지 못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육류공장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쇠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매장에서 햄버거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매장 5개 중 1곳에서 햄버거를 팔지 못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인근에 사는 테일러 보이트(30)는 지난 4일(현지시간) 패스트푸드점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주문했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쇠고기가 없어서 햄버거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거였다. 보이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니 이런 일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美 육가공공장 코로나 집단 감염 핫스팟 부상
타이슨푸드 한 공장은 직원 58% 730명 감염
웬디스매장 20% 쇠고기 부족, 햄버거 못 팔아
코스트코·크로거 신선육 1인당 3팩 구매 제한
육류 수출 빅2 美 공급망 차질, 해외 번질까 우려

미국 육류 가공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핫스팟(집단 발병지)'으로 떠올랐다. 작업자들의 집단 감염으로 공장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미국 내 육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내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미국발 고기 대란이 세계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쇠고기 수출에선 세계 2위, 돼지고기 수출은 공동 1위다. 지난해 쇠고기 69억 달러(약 8조4500억원)어치를 수출해 세계 쇠고기 수출 시장의 13.4%를 차지했다. 1위인 호주(76억 달러, 점유율 14.8%)를 바짝 뒤쫓고 있다. 돼지고기 수출은 스페인과 미국이 각각 52억 달러(약 6조3700억원)어치를 수출해 세계 1위(각각 점유율 15.8%)다.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미국 각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대규모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4월 28일 버지니아주에 있는 타이슨푸드 가공공장 모습. [EPA=연합뉴스]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미국 각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대규모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4월 28일 버지니아주에 있는 타이슨푸드 가공공장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육류 가공공장에서 모두 4900명의 근로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이 가운데 20명이 숨졌다. 모든 주를 집계한 것은 아니며, 아이오와, 오클라호마, 인디애나, 사우스다코타 등에서 피해가 컸다.

아이오와주 보건당국은 5일(현지시간) 육류가공공장 4곳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 근로자 140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장 한 곳에서 직원 10% 이상 감염된 경우를 집단 감염으로 봤다.

이곳에 있는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의 한 공장은 직원의 58%인 730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 지난달 인디애나주 타이슨푸드 공장 한 곳에서는 900명 넘게 감염됐다. 타이슨푸드는 한국에도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는 직원 800명이 코로나19에 걸려 2주 넘게 문을 닫은 상태다.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 조지아주 닭고기 가공공장 안에서 지난달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일부 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나타나자 작업자 사이에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 나란히 촘촘히 서서 작업하는 구조 때문에 육가공공장은 코로나19 온상이 됐다. [AP=연합뉴스]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 조지아주 닭고기 가공공장 안에서 지난달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일부 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나타나자 작업자 사이에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 나란히 촘촘히 서서 작업하는 구조 때문에 육가공공장은 코로나19 온상이 됐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육류 가공업체의 작업 환경이 코로나19 발병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작업대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나란히 촘촘하게 서서 고기를 다듬고 포장하는 생산 구조 때문에 바이러스가 금세 퍼질 수 있다.

CDC는 작업 중에 거리 두기가 안 되고, 집단 거주와 통근 버스 등 생활 환경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언어 문제로 방역과 위생 지침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육류 가공공장 근로자 대부분은 이민자들이다. CDC가 스미스필드 공장 집단 발병을 조사한 결과 직원이 쓰는 모국어는 약 40개 국어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작업자 간 거리를 2m 이상 벌리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모국어로 된 훈련 매뉴얼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사업장에 대해 영업 중단 지침을 내리면서도 식품 생산·유통 분야는 '필수' 업종으로 분류해 오히려 가동을 명령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육류를 포함한 식품업체 집단 감염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네브래스카에서 1만9911명, 조지아주 1만6500명, 캔자스주 1만6600명, 노스캐롤라이나주 1만4600명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는 공급 부족에 대비해 고객 1인당 신선육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형마트 코스트코는 공급 부족에 대비해 고객 1인당 신선육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방역과 일손 부족으로 공장이 속속 폐쇄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내 육류 공급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공급 부족을 우려해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와 대형 유통매장인 코스트코, 샘스클럽, 하이비 등은 고객의 육류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코스트코는 신선육의 경우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고객 1인당 한 팩씩만 살 수 있다. 슈퍼마켓 체인 하이비는 4팩으로 제한했다. 아직 공급 부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사재기 등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웬디스는 쇠고기 공급 차질로 일부 메뉴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티븐슨이 웬디스 매장 5500곳의 메뉴를 분석한 결과 19%인 1043곳에서 햄버거 등 쇠고기가 들어간 메뉴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웬디스 대변인은 5일 "북미 전역에서 쇠고기 공급업체 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메뉴 판매를 잠정적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선육 공급 부족이 이제 막 시작일 수 있다고 본다. 날씨가 따뜻해져 야외활동이 늘면서 바비큐 등 육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25일) 연휴 주말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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