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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으로 사면 한모 4500원"···두부가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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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일 오전 방문한 수원시 남문시장. 채혜선 기자

6일 오전 방문한 수원시 남문시장. 채혜선 기자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시장 장사가 그렇잖아요. 많이 사면 현금 가격을 받겠는데…”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남문시장의 한 옷가게를 찾아 지역화폐 카드로 1만 원짜리 원피스를 사면서 “재난지원금 선불카드와 현금가격이 같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선지급한 경기도, 수퍼·시장 가보니 #맘카페선 “두부 한 모 4500원 요구” #“동네마트 물가 올라” 불만 쏟아져 #상인은 “수수료 탓에 어쩔 수 없다”

옷가게 주인은 “(지역화폐) 카드로 결제하면 가격표 그대로 가격을 받고 현금을 준다고 하면 1000원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재난기본소득이라며 카드를 들고 오는 손님들에게 매번 죄송하다”면서도 “우리 장사 특성을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남문시장의 한 떡집은 재난지원금 카드로 떡을 사면 현금가보다 비싼 이유를 묻자 해당 가격표를 가리켰다. 채혜선 기자

남문시장의 한 떡집은 재난지원금 카드로 떡을 사면 현금가보다 비싼 이유를 묻자 해당 가격표를 가리켰다. 채혜선 기자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 카드를 쓰면 수수료를 따로 받겠다는 곳도 있었다. 남문시장에 있는 한 떡집은 재난지원금 카드를 내면 500원을 더 받았다. 떡 한 팩에 현금은 2000원, 카드는 2500원이었다.
떡집 주인에게 “같은 떡인데 카드 가격이 더 비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난지원금도 수수료를 떼냐”고 하자 “그렇다”고 했다.

“두부 한 모에 4500원” 불만 글 잇따라 올라와

현금 수급 대상 외 나머지 국민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닷새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도민에게 먼저 준 경기도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상인이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때 상품 가격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 몫이 된다.

주부들이 모인 인터넷 맘 카페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불만 글이 최근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지역 맘 카페에는 “시장에서 재난지원금 함부로 못 쓰게 하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가족과 장을 보기 위해 이날 한 시장에 갔는데, 상인 대부분이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을 거절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1만원 이상 결제해준다는 점포, 재난지원금으로 사면 두부 한모에 4500원 받는다는 점포, 재난지원금으로 사면 수수료 600원 줘야 한다는 점포 등과 같은 일을 겪었다”며 “더러워서 안 사고 말지. 괜히 멀리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경기도 타 지역 맘 카페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된다고 해서 써보려고 했더니 카드가 현금보다 더 가격을 받더라”(고양시 일산) “동네 마트 물가가 올랐다”(성남시)는 내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에도 동네 물가가 올랐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저께 사과 10개 1만원이었는데 오늘은 6개에 1만원이요” “재난지원금 시작되니 지역화폐 받는 가게들 일제히 가격 올렸어요. 포인트 적립도 안 해줘요.”

이는 일부 상인이 재난지원금 선불카드는 등록 주소지 지역 중소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상품 가격을 슬그머니 올렸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전통시장·소상공인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도 “바가지는 탈세 혐의로 보고 세무조사할 것” 

11일부터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리는 만큼 이 같은 물가 교란 행위를 적극 계도·단속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은 사용자가 신용카드로 계산한다는 이유로 가맹점이 거래를 거절하거나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막고 있다.

동네 물가 인상 논란이 일자 경기도는 지역화폐를 쓸 때 수수료 명목이나 물건값으로 돈을 더 요구하면 탈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 차별 바가지는 형사처벌, 가맹점 박탈, 세무조사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카드는 소상공인이 수수료를 떼는 구조가 아니다”며 “그런 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면 탈세 혐의가 있는 것이다. 비양심 상인 단속과 계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부정행위가 계속 보고된다면 합동 단속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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