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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없이 했다” 강석·김혜영 ‘싱글벙글쇼’ 33년 만에 하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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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석(왼쪽), 김혜영씨가 올 1월 ‘싱글벙글쇼’ 방송 33주년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 [사진 MBC]

강석(왼쪽), 김혜영씨가 올 1월 ‘싱글벙글쇼’ 방송 33주년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 [사진 MBC]

“오늘 방송하면서도 강석씨랑 울다 웃다 그랬어요.”

MBC 라디오 10일 마지막 방송 #“한달 전에 교체 전달 받았는데 #계속 울컥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강석(68)씨와 33년간 진행한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에서 마이크를 놓게 된 김혜영(58)씨는 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밝았지만 가늘게 떨렸다. 여러 감정을 억누르는 듯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차 소식을 전한 두 사람은 ‘싱글벙글쇼’와 관련된 청취자 사연을 받으며 몇 차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 MBC 라디오는 “오는 11일 봄 개편을 맞아 ‘싱글벙글쇼’ DJ를 강석, 김혜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한 정영진과 남성 듀오 캔의 배기성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싱글벙글쇼’는 1973년 시작된 MBC 라디오의 대표 장수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송해, 허참, 성우 송도순씨 등이 DJ를 맡았다. 강석씨는 1984년부터 프로를 진행했고, 김혜영씨는 1987년 합류했다. 두 사람은 소시민들의 다양한 사연과 애환을 들려주며 라디오계를 대표하는 명콤비로 사랑을 받았다. 주요 정치인들의 성대모사로 시국을 풍자한 ‘서울공화국’ 같은 코너는 80년대의 사회 분위기 속에 큰 인기였다.

그러나 김씨는 하차 이유에 대해선 ‘방송사의 결정’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한 달 전 어느 날 방송국 국장님이 점심이나 하자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하차 사실을 전달받았다”며 "우리 같은 출연자들이 뭘 알겠어요? 방송사에서 ‘진행해주세요’라고 하면 하는 거고, ‘이제 33년 동안 하셨으니…’라고 하면 그만두는 거죠. 이유가 뭐 있나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한 달이나 미리 알려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그동안 강석씨랑 저는 마음 다잡고 담담하게 준비해왔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사람인지라,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울컥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30년 넘게 할 줄은 몰랐다”며 "청취자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마지막 방송은 10일(낮 12시 10분~2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날 MBC는 두 진행자에게 퇴임식을 열어주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강석씨는 "진짜 라디오를 사랑했던 사람이 35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영광이고 원 없이 했다”며 "그동안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사랑한 여러분과 물심양면 도와주신 라디오국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영씨는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도 (자리에) 앉으면 웃음으로 변하는 마술 같은 ‘싱글벙글쇼’였다”며 "청취자분들의 말 한마디, 미소 한마디가 살과 피가 됐다”고 밝혔다. 강석씨는 1975년 동아방송 라디오를 거쳐, 1978년 TBC(동양방송·JTBC의 전신)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고, 김혜영씨는 1981년 MBC 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데이트비 남성 부담하라는 건 매춘" 새 DJ 정영진 여성혐오 발언 논란

이날 MBC ‘싱글벙글쇼’ 게시판과 해당 소식을 전한 인터넷 기사 등에는 이들의 하차를 아쉬워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새 DJ로 발탁된 정영진씨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됐다. 2017년 8월 EBS ‘까칠남녀’에 출연,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내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일부 청취자들은 "여성들의 친구가 돼주던 프로그램에 여성혐오 논란이 있던 남성 진행자가 온다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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