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벼르는 타다, 유고 전범재판관 내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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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곤

권오곤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가 낸 헌법소원심판 대리인 명단에 유엔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상임재판관을 지낸 권오곤(67)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간 관련 형사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던 국제법 전문 변호사의 대리인 합류가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VCNC는 지난달 공포된 새 여객자동차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새 여객자동차법은 20대 국회가 4월 총선을 앞두고 통과시킨 일명 ‘타다 금지법’을 말한다.

권오곤 ‘타다 금지법’ 헌소 대리인에 #15년간 유엔서 활약 국제법 전문가 #기술혁신과 충돌하는 기존 법 규제 #우버 같은 해외사례 들어 반박할 듯

6일 헌법재판소와 VCNC에 따르면 지난 1일 VCNC 법인과 타다 이용자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권오곤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7명이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권 변호사를 제외한 다른 대리인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의 여객자동차법 위반 사건을 대리했던 변호사들이다.

사법연수원 9기로 판사 출신인 권 변호사는 자타 공인 손꼽히는 국제법 전문가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ICTY 상임재판관으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는 부소장을 지냈다. 재직 중에 유고슬라비아 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대한 재판,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릅스카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라도반 카라지치에 대한 재판에 참여했다. 김앤장에는 2016년 합류해 국제법연구소 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권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리인 입장에서 따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타다 측은 지난 1일 이른바 ‘타다 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타다 측은 지난 1일 이른바 ‘타다 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연합뉴스]

권 변호사의 참여는 타다 측이 국제법적 기준을 쟁점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제재판소의 경우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 모여 전범에 대한 재판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법리적 이슈를 다루는 곳”이라며 “역시 큰 틀의 법리를 다루는 우리 헌법재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항들이 국제법적 측면에서 어떻게 문제인지, 해외의 우버 사례 등 전통적인 법 규제와 기술혁신 사이의 문제를 해결한 기존 법리 등을 다양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VCNC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새 여객자동차법은 그간 허용됐던 11인승 렌터카에 대한 운전기사 알선 요건을 크게 제한했다. 차량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장소가 공항·항만일 경우에만 운전기사 포함 렌터카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타다는 ‘기사 포함 렌터카’ 방식의 기존 서비스를 계속하기 힘들어졌다. VCNC 측은 이 조항이 이동수단 선택을 제한해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는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전심사에서는 청구가 헌법소원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 후 전원재판부에 회부할지를 결정한다. 이때 여객자동차법의 ‘현재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지난달 공포되긴 했지만, 시행은 내년 10월부터인 만큼 헌법소원심판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 실무지침격인 실무제요에는 ‘청구인은 공권력 작용과 현재 관련이 있어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미래에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해도 잠재적인 우려에 그친다고 판단되면 VCNC 측 청구가 각하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청구인 측이 개정법의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측된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엔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VCNC 측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타다 서비스를 재개하려는 계획은 없다”면서 “박재욱 대표를 비롯한 VCNC 임직원들의 명예회복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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