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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춘천 탈락, 나주·청주 압축···1조 방사광가속기 누가 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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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포스텍 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경.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건설된 길이 1.1㎞의 시설에선 빛을 가속시켜 머리카락 10만분의 1 크기의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의 포스텍 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경.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건설된 길이 1.1㎞의 시설에선 빛을 가속시켜 머리카락 10만분의 1 크기의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중앙포토]

1조원 규모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최종 후보지가 충북 청주시와 전남 나주시로 압축됐다.

과기정통부, 강원·경북·전남·충북 발표평가 #7일 충북 청주, 전남 나주 예정부지 방문 # #충북도 “연구기관·수요 기업 몰려있어” #전남도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 필요” 강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방사광가속기 유치계획서를 제출한 자치단체 4곳에 대한 발표평가를 진행하고, 충북 청주(오창읍)와 전남 나주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치 경쟁을 벌인 경북 포항과 강원 춘천은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과기정통부는 7일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시 오창을 들러 방사광가속기 예정부지를 평가한다. 현장방문은 유치계획에 담긴 부지의 안정성과 교통망, 수요자 접근성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최종 입지는 8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다. 이때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를 관찰하는 ‘초정밀 현미경’으로 불린다. 국내에는 경북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2대(3·4세대)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를 돕기 위해 지난 3월 방사광가속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최근 3년 연평균 346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 포화상태다.

경제파급 효과 6조7000억, 막판까지 치열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가속기 구축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에서 전남도 및 나주시 관계자가 유치 타당성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가속기 구축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에서 전남도 및 나주시 관계자가 유치 타당성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 장비는 단백질 구조분석과 신약개발, 바이러스 구조 관찰, 나노 소자 분석, 암치료제 개발 등 의약·바이오·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분석을 함으로써 개발된 신약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립비용은 1조원 정도다. 202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과 전남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유치할 경우 기초과학과 산업체 연구 역량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주변에 첨단·바이오·신소재 분야 기업을 유치하는 부수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가 지역에 유치되면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3만7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충북은 청주시 청원구 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를 방사광가속기 후보지로 정했다. 53만9000㎡ 규모로 오창TP 산단의 절반 정도다. 이곳은 화강암반의 단단한 지질구조여서 흔들림이 적다. 충북도는 오창이 전국 어디서나 2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오창 주변으로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려는 연구기관과 업체가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창에는 260개의 바이오기업과 90개 반도체 관련 기업, 화학기업 657개가 모여있다.

충북·전남 “우리가 최적지” 8일께 발표

경북 포항시 방사광가속기 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의 모형. 둥근 모양이 3세대 가속기, 길게 뻗은 모양이 길이 1.1㎞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시 방사광가속기 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의 모형. 둥근 모양이 3세대 가속기, 길게 뻗은 모양이 길이 1.1㎞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와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1시간 거리 이내에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오창의 안정된 지형과 오창테크노폴리스의 준비된 입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시 활용방안에 대한 사업계획을 잘 설명한 것이 1차 관문을 통과한 요인인 것 같다”며 “현장방문에서 편리한 교통망과 접근성 등 오창의 강점을 부각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은 나주혁신도시 인근을 예정부지로 정했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면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호남권 대학과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구 시설 분산 차원에서도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지역 배분결과 전국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전남지역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초대형연구시설은 충청 4기, 영남 3기, 수도권 2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호남엔 없다.

 전남도는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해 소재·부품·장비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핵심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대형 가속기는 충청권, 영남권에 이미 운영 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토 균형 발전 관점에서도 나주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호남방사광가속기 설치 촉구 범시민연합 이민원 상임대표는 “전남 나주시가 방사광가속기 유치 후보지로 오른 것에 대해 당연하면서도 반갑게 생각한다”며 “방사광가속기는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 기반이 부족한 호남에 꼭 필요한 만큼 나주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나주=최종권·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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