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 괘불, 숙종의 친필 현판…묵혔던 전시 ‘관객 오라’ 손짓

중앙일보

입력 2020.05.06 17:36

업데이트 2020.05.06 17:49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대응 전환으로 6일 재개관한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대응 전환으로 6일 재개관한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은 아직 등교를 안했는데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마침 박물관이 무료 개방한대서 나왔어요. 생각보다 한갓 져서 좋네요.”(서울 길음동 거주 30대 학부모)

재개관 첫날 국립박물관 '긴장 속 활기'
코로나19로 늦춰진 전시회 속속 개막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뀐 6일. 휴관 72일 만에 다시 문을 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시간당 300명 입장 제한’이 무색하게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박물관 측은 바닥에 줄 서기 위치까지 표시해가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평일이라선지 오전 10시 입장(230명)을 제외하곤 시간당 이용객이 200명을 넘지 않았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일단 관객을 맞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몸에 익히면서 그간 미뤄왔던 기획전시를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6일 예약제로 재개관 했다. 오전 10시 관람 예약을 한 관람객들이 2m 간격을 유지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6일 예약제로 재개관 했다. 오전 10시 관람 예약을 한 관람객들이 2m 간격을 유지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로 움츠렸던 국립박물관 및 고궁 실내 전시실 등이 문을 활짝 열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입장이 허용되고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제한은 있지만 두달 여 만에 관객을 맞은 각 시설엔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준비했다가 개막이 늦춰진 전시도 이날 베일을 벗었다. 고궁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전시를 소개한다.

◆‘장희빈의 남자’ 숙종의 치적= 경복궁 내 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선 조선 제19대 왕 숙종(1661~1720년, 재위 1674~1720년)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숙종대왕 호시절에’ 테마전을 연다. 숙종은 그간 드라마‧영화 등에서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아우르는 궁중 정치 측면에서 조명돼 왔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다뤄지는 그의 치세‧치적은 주목할 점이 많다.

6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의 '숙종대왕 호시절에'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숙종 글씨의 규장각 현판. 규장각은 역대 왕들의 글과 글씨를 보관하기 위해 1694년(숙종 20) 처음 설립되었다. 1776년(정조 즉위년)에는 창덕궁 후원에 새로 지으면서 왕의 글과 글씨를 보관하는 왕실 도서관 역할에서 나아가 학술과 정책을 연구한 관서의 역할을 했다. 강혜란 기자

6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의 '숙종대왕 호시절에'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숙종 글씨의 규장각 현판. 규장각은 역대 왕들의 글과 글씨를 보관하기 위해 1694년(숙종 20) 처음 설립되었다. 1776년(정조 즉위년)에는 창덕궁 후원에 새로 지으면서 왕의 글과 글씨를 보관하는 왕실 도서관 역할에서 나아가 학술과 정책을 연구한 관서의 역할을 했다. 강혜란 기자

숙종이 1711년 2월 북한산성을 짓기로 결정한 뒤 지은 시와 이듬해 북한산성에 행차하여 완성된 성곽을 둘러보며 지은 시를 새긴 현판이다. 시에는 방어지로서 뛰어난 지세를 가진 북한산에 성곽을 짓고자 하는 숙종의 의지와 함께 완성된 성곽을 마주한 뿌듯함이 드러나 있다. 북한산성 행궁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며 숙종 친필은 아니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숙종이 1711년 2월 북한산성을 짓기로 결정한 뒤 지은 시와 이듬해 북한산성에 행차하여 완성된 성곽을 둘러보며 지은 시를 새긴 현판이다. 시에는 방어지로서 뛰어난 지세를 가진 북한산에 성곽을 짓고자 하는 숙종의 의지와 함께 완성된 성곽을 마주한 뿌듯함이 드러나 있다. 북한산성 행궁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며 숙종 친필은 아니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창업주 태조의 위화도회군을 재평가하는 등 왕실 역사와 선대 국왕들의 업적을 재조명함으로써 조선 후기 왕권을 탄탄히 했다. 대동법의 전국 시행, 화폐인 상평통보의 발행과 유통, 양전(量田)의 시행과 양역(良役) 변통, 북한산성 축조로 대표되는 국방 강화 등도 숙종 대에 이뤄졌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한글 소설이나 구전 설화 속에 종종 ‘태평성대’로 묘사돼온 숙종 시대를 각종 유물과 약간의 영상물로 소개한다. 숙종 글씨를 새긴 규장각 현판도 공개됐다. 1694년(숙종 20) 처음 설립된 규장각은 애초 왕의 글과 글씨를 보관하는 왕실 도서관 역할을 하다가 1776년(정조 즉위년) 창덕궁 후원에 새로 지으면서 학술과 정책을 연구한 관서의 역할로 바뀌었다. 이밖에 시문을 즐겨 쓴 숙종이 1711년 2월 북한산성을 짓기로 결정한 뒤 지은 시와 이듬해 북한산성에 행차하여 완성된 성곽을 둘러보며 지은 시를 나란히 새긴 현판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꽃비 속에 강림한 11m 괘불=지난달 30일 부처님 오신 날에도 텅빈 전시실을 지켜야 했던 보물 제1270호 ‘영천 은해사 괘불’도 마침내 자태를 드러냈다. 높이 11m, 폭 5m가 넘는 크기로 화면 중심에는 만개한 연꽃을 밟고 홀로 선 부처(추정)가, 주변에는 모란꽃과 연꽃이 꽃비처럼 흩날리는 모습이다. 괘불이란 특별한 법회나 의식 때 사용하는 대형 불화다.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6일 예약제로 재개관 했다. 관람객들이 영천 은해사 괘불을 감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6일 예약제로 재개관 했다. 관람객들이 영천 은해사 괘불을 감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809년 창건된 영천 은해사는 경상북도 팔공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이송해온 괘불은 1750년 보총(普摠)과 처일(處一)이라는 두 명의 화승이 그렸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개관 이후 매년 석가탄신일마다 전국 각 사찰의 유명한 괘불을 전시해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개가 늦춰졌다. 10월 11일까지 서화관 불교회화실(상설전시관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보물 제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도 함께 전시된다(8월23일까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