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온라인 개학으로 드러난 '디지털 활용 능력'의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2020.05.06 16:43

온라인 개학이 얼마 전이었는데 어느새 등교 개학이 거론된다. 그만큼 상황이 호전되었다는 얘기니 일단 천만다행이다. 다만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느라 학생·부모·교사 모두 골치 아팠던 걸 생각하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지하나샘의 교육을 부탁해
'디지털 문해력' 현저히 떨어져

코로나 사태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선진국으로 알던 나라가 생각보다 선진적이지 않았고, 소비가 줄어든 사회에서 석유는 생각보다 불필요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일상은 생각보다 소중했으며, 여러 장벽으로 단절된 줄 알았던 사회는 생각보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아이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열등했는데, 아무래도 교사로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5G를 개통하는 나라에서 스마트폰을 수족처럼 다루는, 소위 알파 세대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로그인하는 과정에서부터 과제 업로드까지 하나하나, 아이들은 걸핏하면 "이거 어떻게 해요?"를 날려대기 일쑤였다. 심지어 파일을 저장하기 위한 카테고리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엄마들이 이것저것 클릭하고 해결하다 보면, 학부모와 교사가 먼저 파김치가 됐다.

실제로 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학습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은 32개국 중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디지털을 통한 생산적 활동이 부진하다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 방향이 미래 필수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단 개인의 기본적 읽기 능력과 연관성이 깊다. 검색어 하나만 쳐도 산더미 같은 정보가 나열되는 시대다. 그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기 위해서도, 또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도 문해력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뭔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설명서를 읽어야 할 거 아닌가? 하지만 알파 세대를 관찰해보면 일단 설명문을 힘들어하고, 몇 단계 작업을 거쳐야 하는 컴퓨터 사용 업무도 불편해하는 성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이 익숙해진 스마트 기기의 구성이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쓱쓱 넘기거나 눌러보면 되는 인터페이스 덕분에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매우 복잡한 기기인데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 편리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이 ‘직관’이라는 단어가 ‘분석’의 반대 개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인간의 수익 극대화가 인간의 ‘분석력, 문해력 약화’로 직결되는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했던 부모와는 달리, 알파 세대는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앱을 척척 찾아서 활용한다. 디지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재 같은 느낌을 받기 쉽지만, 사실은 대부분 스마트기기 자체의 직관적 속성 덕분이었다. 오히려 사용하면 할수록 자녀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발달하는 게 아니라, 영화 ‘이디오크러시(idiocracy)’에서 묘사된 인류처럼 ‘디지털 문맹’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만약 자녀의 디지털 기기 활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적절하게 개입해 각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진부한 얘기지만 영상보다 텍스트, 글을 읽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언어는 생각의 카테고리를 심화시키지만, 영상은 그 과정을 모두 생략해버리는 직관적 콘텐트다. 나중에 코딩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정작 콘텐트 내용을 구상하는 사고력은 게임이나 영상, SNS로 길러지지 않는다. 영상보다 글을 읽도록 유도하려면, 데이터요금이나 와이파이 설정을 통해 자녀가 원하는 콘텐트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자녀가 흥미를 보일만 한 주제의 책을 언제든 집어 들 수 있는 위치에 놓아 주도록 한다.

둘째, 방과 후 학교 등을 이용해서 스마트 기기보다는 컴퓨터 자체의 활용 능력을 기르게 한다. 당장 중고등학교 때 수행평가에서도 한글·파워포인트·포토샵·영상편집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정도에 따라 퍼포먼스에 차이가 발생한다. 방학을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하나씩 선정하고 익혀가는 전략도 좋을 것이다. 책을 사고 다양한 온라인 학습 사이트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집에서 익힐 수 있다. 이 경우 지속적 학습을 위한 동기부여가 관건이 되는데, "폰 좀 그만 보고 책 좀 읽어라, 컴퓨터 공부 다 했냐?"등의 잔소리는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에너지를 통해 길러져야 하는 영역이므로, 왜 이런 조치가 필요한지 자주 대화하면서 스스로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등 자녀에게 친숙한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와 노하우를 함께 살펴보는 방법도 좋다. 먼저 책을 함께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관련 영상을 꾸준히 시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 생태계, 협업 문화, 디지털 역량의 필요성과 함께 눈앞의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될 수 있다.

셋째, 코딩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네이버 엔트리, 크롬 스크래치 등의 기본적 코딩부터 시작해서 마인드스톰, 더 나아가서 C언어·자바·파이선까지 확장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눈앞의 입시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에 가장 적합한 인재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 학습도 가능하지만 되도록 초기에는 학원을 통해 기초적 소양을 쌓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당장 시험 보는 과목이 아니니, 눈앞의 국·영·수 학원이 더 중요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과정은 하나의 ‘언어’로써 자녀의 사고방식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고등학교 입시, 취업, 그리고 그 이후를 염두에 둔다면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가 확실해질 것이다.

흔히 지혜로움은 그 시야의 길이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궁극’이
라는 표현을 자주 떠올린다고 한다. 자녀가 ‘궁극적으로’ 필요하게 될 역량을 염두에 두고,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부모·자녀가 함께 조사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능동적으로 익혀 나가도록 하자.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그리고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확신하는 만큼 성장은 즐거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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