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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번식 위해 수컷이 암컷 전환…니모가 그런 물고기였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12)

기후변화에 따라 멸종위기가 빠르게 진행될 동물 중에서 북극여우와 장수거북을 설명한 바 있다. 북극여우는 서식지 환경변화와 축소, 강한 경쟁 동물의 출현, 먹이의 감소 때문이고 장수거북은 산란지 훼손과 부화 온도 상승으로 인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이 원인이 된다. 추가로 흰동가리와 황제펭귄의 상황을 살펴보면 기후변화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다.

흰동가리(clownfish)는 28종이 존재하고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지역에 분포하며 파푸아뉴기니 연안과 호주의 대산호초에 다양한 종이 많이 서식한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물고기도 흰동가리를 대표하는 종(common clownfish, Amphiprion ocellaris)이다. 흰동가리는 말미잘(sea-anemone)과 공생관계를 이루기 때문에 아네모네물고기라고도 불린다.

흰동가리는 디즈니의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종이다. 흰동가리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가 해수온도에 영향을 받아 성장과 번식에 많은 변화를 준다. [사진 pxhere]

흰동가리는 디즈니의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종이다. 흰동가리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가 해수온도에 영향을 받아 성장과 번식에 많은 변화를 준다. [사진 pxhere]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촉수에서 나오는 독에 내성이 있어 말미잘에 숨어들어 포식자로부터 신변을 보호받고 말미잘이 남긴 먹이를 먹기도 한다. 하나의 말미잘에 여러 마리의 흰동가리가 살고 있는데 암컷은 한 마리다. 암컷이 죽으면 가장 큰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여 번식을 한다. 흰동가리는 자기가 속해있는 말미잘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갓 부화한 어린 새끼 흰동가리는 기존의 말미잘을 떠나 해류를 따라 멀리 흩어진다. 바닷물의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말미잘을 찾아 둥지를 틀게 된다. 멀리 있는 새로운 장소의 말미잘을 숙소로 정한다는 것은 근친을 방지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흰동가리의 위기는 서식환경의 악화에서 시작한다. 흰동가리의 둥지가 되는 말미잘은 산호초를 기반으로 살고 있다. 바닷물의 CO₂농도 상승은 산호초에 백화현상을 일으켜 생명력을 잃게 한다. 산호초가 없어진다는 것은 말미잘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흰동가리의 집이 점차 사라져 개체수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1998년에는 일본 오키나와 세소코섬 주변의 산호초가 극심한 백화현상으로 몇 종의 말미잘이 사라져 그 지역의 흰동가리가 급격히 감소한 사례도 있다.

바닷물의 산도 증가는 흰동가리가 화학적신호를 탐색하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 집으로 삼고 있는 말미잘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갈 때 찾아가기 힘들어 방황하게 되고 그 사이 포식자에게 잡히기 쉽다. 부화되어 새로운 말미잘을 찾아가야 하는 어린 새끼는 피해가 더 크다. 새로운 집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포식자에 잡혀먹히고 원래의 집에 머무르게 되면 근친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흰동가리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가 해수 온도에 영향을 받아 성장과 번식에 많은 변화를 준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어린 개체는 성장이 빨라져 번식에 일찍 참여하게 되어 개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식밀도가 높아져 먹이경쟁이 심해지며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근친의 위험성이 높아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번식할 수 있는 해수의 적정온도는 제한적인데 계속적인 온도의 상승은 오히려 번식능력을 떨어뜨리고 알을 상하게 한다. 기후변화는 흰동가리의 서식지 축소, 화학적신호를 탐지하는 능력의 붕괴,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멸종을 재촉하고 있다.

황제펭귄(emperor penguin, Aptenodytes forsteri)은 17종의 펭귄 중 가장 크며 남극지방에 산다. 번식기에는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조밀한 깃털과 여름철 축적한 지방으로 영하 40도의 추위와 시속 140km의 강풍을 견디며 알을 품는다. 수심 500m까지 18분 동안 잠수가 가능하고 크릴새우 물고기 오징어를 주식으로 한다. 현재 45개 집단에 50만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제펭귄은 1월부터 3월까지 바다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며 지내다 4월이 되면 100~150km 떨어진 번식지로 이동한다. 5월에 짝짓기를 하고 6월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사진 pixabay]

황제펭귄은 1월부터 3월까지 바다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며 지내다 4월이 되면 100~150km 떨어진 번식지로 이동한다. 5월에 짝짓기를 하고 6월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사진 pixabay]

황제펭귄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1월부터 3월까지 바다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며 지내다 4월이 되면 100~150km 떨어진 번식지로 이동한다. 5월에 짝짓기를 하고 6월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알을 낳으면 수컷에게 맡기고 먹이를 구하러 떠나며 수컷은 65일 동안 알을 품고 부화를 시킨다. 이때 충분한 먹이로 배를 가득 채운 암컷이 돌아와 임무 교대를 하고 새끼를 돌본다. 수컷은 무려 4달 가까이 굶었기 때문에 체중의 1/2이 빠진 상태로 먹이를 구하러 떠난다. 어미는 두 달 가까이 새끼를 품고 먹이를 토해내어 주며 기른다. 이후 암수 어미는 11월까지 수차례 바다를 왕복하며 먹이를 구해 새끼를 키운다. 12월이 되면 새끼를 바다의 얼음으로 데려와 독립적인 생활을 하도록 인도하고 어미는 떠난다.

남극의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얼음의 두께가 얇아지고 일찍 깨지기 시작한다. 방수와 보온 역할을 하는 성체의 깃털은 물속에서 활동하고 생존하는데 필수적이다. 새끼가 성체의 깃털로 털갈이하는 데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털갈이가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에 얼음이 깨지면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향후 기온이 2°C 상승하면 황제펭귄의 40%가 이러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 과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남극지역의 얼음이 줄어드는 것은 주식으로 하는 크릴새우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얼음 밑에 서식하는 플랑크톤과 해조류를 먹는 크릴새우는 얼음이 사라지면 이러한 먹이가 없어져 개체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황제펭귄의 주식이면서 크릴새우를 먹이로 하는 물고기와 오징어도 감소한다. 모든 먹이가 줄어드는 위기가 닥치게 된다. 남극의 온난화는 황제펭귄의 플랫폼인 얼음판을 일찍 녹여 없애고 먹잇감을 감소시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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