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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사내하도급 불법인정 판결 늘어 기업부담 가중"

중앙일보

입력

창업국가산업단지 전경. 중앙포토

창업국가산업단지 전경. 중앙포토

한국경제연구원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 관련 소송에서 불법 파견의 범위를 종전보다 넓게 인정하는 판결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인력 운용에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6일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해 주요 기업의 사내 하도급 판결 13건 중 10건이 불법 파견으로 결론이 났다는 분석 결과를 이날 제시했다.

한경연은 A와 B사의 판결을 예로 들었다. A사 소속 포장 업무를 맡은 하청 근로자들은 하청업체 제3의 공장에서 근무했음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관련 지시를 주고받은 것을 지휘·명령 행사의 근거로 보고 법원이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고 했다. 이는 사외 하청 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한경연 측은 밝혔다.

B사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계열사 직원을 본사로 전출시켜 일하게 했는데, 법원은 본사가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휘·명령·인사관리를 한 점과 계열사에서 장기간 대규모 인원을 지속·반복적으로 전출시킨 점을 들어 불법 파견으로 봤다. 한경연은 B사 사례는 2심 판결에서, 1심이 계열사가 직원 전출을 통해 수수료 등 이익을 취하지 않아 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한 것을 뒤집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한경연은 "주요 판결을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제조업 분야에 한정해 공장 내 생산공정에 대한 불법 파견으로 판결하던 것과 달리 간접공정, 사외하청, 비제조업 등으로 법원의 불법 판결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법원의 엇갈린 판결도 지적했다. 생산공정 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MES)을 동일한 것으로 사용한 C사와 D사 사례를 두고는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MES를 통해 작업내용을 전달한 C사에 대해서 법원은 전달은 업무 지시에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D사에 대해서는 MES를 통해 공유된 작업방식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실시간 지시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업무지시를 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고 한경연은 소개했다. 한경연은 “MES는 생산효율 극대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활용한 것을 지휘‧명령의 행사로 인정하는 것은 제조업 전반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국내 파견법은 전문지식, 기술,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32개 업무로 한정돼 있고, 파견 기간도 최대 2년으로 한정돼 있어 도입 취지와 달리 고용 경직성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며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처럼 사실상 모든 업무에 파견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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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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