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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국회 의원회관 지붕 올라간 노란점퍼 남성,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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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우씨가 5일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현관 지붕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승우씨가 5일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현관 지붕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최승우(51) 씨가 5일 국회 구내에 진입해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사건의 진상을 밝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의 20대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최승우씨가 국회 의원회관 고공농성에 돌입하자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소방당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의원회관 입구 주변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급대를 대기시켰다. [언합뉴스]

최승우씨가 국회 의원회관 고공농성에 돌입하자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소방당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의원회관 입구 주변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급대를 대기시켰다. [언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 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에 있는 약 10m 높이의 지붕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최 씨는 국회 지붕에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20대 국회는 책임지고 과거사법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설치했다. 소방당국은 추락 등 사고에 대비해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급대원을 대기시켰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에도 과거사법 통과를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에서 24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20대 국회는 임기를 만료하기 전 과거사법 개정안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형제복지원 사태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며 “아직 법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피해 회복 방안 마련이 전무한 이 상황은 부정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도 했다.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중앙포토]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중앙포토]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형제복지원이 3000여명의 장애인·고아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킨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구타와 암매장 등 각종 인권유린이 자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자체 기록 등에 따르면 이 시설이 운영된 12년간 확인된 사망자만 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주검 일부가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사라지는 등 사건의 진상이 온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최 씨는 중학생이던 1982년 빵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4년 8개월 동안 강제노역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련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라며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만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로 이 사건을 수사한 김용원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상부의 외압에 의해 왜곡·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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