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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콜라텍 가십거리, 발원지는 대부분 남자 파트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54)  

우리 세 치 혀가 얼마나 위력이 대단한지는 다 아는 사실이다.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기에 세 치 혀를 무서운 무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살생 무기를 몸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성인들은 항상 말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말하라,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등 말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말은 수없이 많다.

콜라텍에 다니면서 참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듣고 경험했다. 대상이 주로 나이가 든 인생을 넉넉히 산 실버세대인데, 콜라텍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아이들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른 사람 흉보는 일, 말 전하는 일, 앞뒤 다르게 말하는 일, 서운하여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원망하다 다시 만나 형·아우 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능청스럽게 지내는 일 등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 사는 사회가 다 그렇지만, 특히 콜라텍 세계는 절대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녀야 상처받지 않는다. 자신과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해 언니, 동생, 형, 아우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지내다간 그 상대로 인해 자신의 구설이 만들어지게 된다. 적은 가장 가까운 데 있듯이 상대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나를 치는 것이고 나는 당하는 것이다. 옛말에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이고, 가장 맛난 것은 다른 사람 험담하면서 씹는 맛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깥에 뱉어내고 싶어하기에 혼자 가슴에 품고 있지를 못한다. 마치 나는 정보력이 특별한 사람으로 비치기에 그런 것일까? [사진 Pixabay]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깥에 뱉어내고 싶어하기에 혼자 가슴에 품고 있지를 못한다. 마치 나는 정보력이 특별한 사람으로 비치기에 그런 것일까? [사진 Pixabay]

말에도 지켜야 할 도덕이 있다. 앞에서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아야 하고, 비밀이라며 아무에게도 전하지 말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정보를 들려주면 그 사람은 나를 믿고 전한 이야기이기에 그 말은 지켜줘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깥에 뱉어내고 싶어하기에 혼자 가슴에 품고 있지를 못한다. 마치 나는 정보력이 특별한 사람으로 비치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말의 무게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우리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정하게 판단해야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편협된 판단을 내리면 그 사람은 마녀사냥이 된다.

사람들이 말을 전할 때를 보면 자신이 두 눈으로 본 사실만 말하는 자가 있고, 자신이 본 것에 자기 생각을 얹어 말하는 자가 있다. 심지어 보지도 않은 일에 자신의 육감만으로 상상하여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험담을 아주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역지사지 두 사람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말하면 상대는 걷잡을 수 없는 오해로 치명적인 인격손상을 당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성향이고 기질이다. 남자라서? 학식이 많아서? 경제력이 좋아서? 이런 것들은 입의 무거움 가벼움을 나누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세계는 남자가 여자보다 말이 빠른 걸 알 수 있다. 말을 잘 전하기도 하고 오리발을 잘 내밀기도 하고 오해도 잘하고 배신도 잘하고 아무튼 과거의 남자 성향을 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면 남성은 여성 호르몬이 나와서 여성화가 되고 여성은 남성화가 되어서일까?

커플들 이야기는 어디서 나오나 하면 발원지는 그 커플의 입이다. 주로 여자보다는 남자 입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유출된다. [사진 Pixabay]

커플들 이야기는 어디서 나오나 하면 발원지는 그 커플의 입이다. 주로 여자보다는 남자 입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유출된다. [사진 Pixabay]

역시 콜라텍의 백미는 커플 이야기다. 커플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재미있다. 가십거리로도 가장 맛난 소재다. 커플 이야기의 발원지는 커플의 입이다. 주로 여자보다는 남자 입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유출된다. 오랫동안 만난 커플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그것도 험담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이 커플은 이별이 가까운 권태기에 접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집주인이 자기 집 강아지를 발로 차면 다른 사람들도 발로 찬다고 한다. 우리 집 강아지를 주인이 사랑해 애기라고 부르면 주변 사람들도 애기라고 부르듯, 나의 파트너를 험담하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험담하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은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험담하는 자의 말만 듣고 같이 험담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한다. 파트너가 파트너 험담을 하는 세계인데 주변의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두 사람 다툼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세계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콜라텍에서 깔끔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주변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서는 안 된다. 나의 정보를 가둬야 한다. 빗장을 단단히 걸어두어야 오랫동안 깨끗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말은 항상 내 꼬리가 되어 따라 다니기에 꼬리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의 꼬리는 뒤에 있기에 돌아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항상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 뒷모습이 관리가 잘 되는지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콜라텍 코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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