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가득 따라 줘, 시바스 리갈…' 위스키 파티에 틀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2020.05.05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67) 

한 음원 사이트에서 ‘위스키’로 검색을 해봤다. 노브레인의 ‘위스키 블루스’를 듣고 위스키를 주제로 한 다른 노래도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노래는 채 10개가 검색되지 않았다. 검색 결과가 수십 개에 달한 ‘소주’에 비해 초라했지만, 좋아하는 술을 주제로 만든 노래가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바로 노래 몇 개를 들어봤다.

가장 먼저 힙합곡 ZIGETI(지게티)의 ‘WHISKY(Feat. PAPER)’를 들었다. 시작부터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 잭다니엘, 크라운 로얄을 잔에 가득 따라주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서 음악을 크게 틀고 친구들과 함께 위스키를 마시며 파티를 여는 장면의 묘사. 소주 맛은 독하고 소맥은 뒤끝이 심해서 거부한다. 친구들과 위스키 파티를 열고 들으면 아주 좋을 것 같은 노래였다. 노래를 듣다가 자연스레 위스키에 손이 갔고, 위스키 온더락을 만들고 있었다.

ZIGETI의 ‘WHISKY(Feat. PAPER)’ 커버

ZIGETI의 ‘WHISKY(Feat. PAPER)’ 커버

이어서 들은 곡은 강철수의 ‘위스키 언더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라는 중년 남성의 일갈로 노래는 시작된다. 아마도 유흥업소에 찾아간 이 남성은 ‘아가씨’가 따라주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멋있게 늙는 건 어렵고,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렵기도 하다. 위스키가 녹여내는 얼음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이 녹는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들이키는 한 잔의 위스키는 혀 끝을 감돈다. 나도 이대로 혼자인 채 중년의 나이가 된다면, 위스키를 마시며 이런 걸 느낄까 곰곰이 새겨봤다.

위스키 온더락. [사진 김대영]

위스키 온더락. [사진 김대영]

다음 곡은 문샤이너스의 ‘심야의 위스키 바’. 위스키와 bar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깊은 밤길을 걷던 한 사내는 어둠에 휩싸인 지하의 허름한 bar에 우연히 들어선다. 반복되는 선율에 몸을 맡기며 사람들은 흐느적거리고, 술잔을 건네는 마스터의 눈동자에 꿈속 영상이 보인다. 그리고 맘씨 좋은 마스터는 “언제든 나를 위해 이곳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곡을 작사한 이는 심야에도 맘 편히 드나들 아지트 같은 bar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걸그룹과 여성 트로트 가수의 곡에서 ‘위스키는 쓴 맛 나는 사랑’이라는 공감대도 찾아냈다. 걸그룹 헬로비너스는 ‘위스키’라는 곡에서 바람둥이 같은 나쁜 남자에게 빠져들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마음을 그렸다. “Love is whisky, 독한 걸 알면서도 마시게 돼”라는 식이다. 김륜희의 ‘사랑의 위스키야’에서도 사랑의 쓴맛을 위스키 쓴맛에 빗댄다. “사랑은 끝나면 후회, 후회뿐이야. 사랑은 쓰디쓴 위스키야”라며. 위스키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나는 왜 위스키가 쓰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헬로비너스. [사진 플레디스]

헬로비너스. [사진 플레디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위스키로 사랑의 달콤함을 표현하는 곡도 있다. 래퍼 이보의 ‘밤하늘과 위스키’. 통장이 비고, 모든 걸 잃었을 때도 곁에 있어 줬던 여자친구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제 성공한 그는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태양 색과 같은 위스키를 마시며 함께 밤하늘을 바라본다. ‘whisky bottle with my girl’. 힘든 시간을 이겨낸 연인이 위스키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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