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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출 방파제 된 FTA···文 정부선 한 건도 시작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자유무역협정(FTA)이 코로나 경제 위기의 방파제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올해 1분기에도 FTA 발효국간 무역수지는 흑자였다. FTA를 맺지 않은 국가 간 무역에선 적자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서해의 대표적인 국제 무역항인 평택항의 야경. 뉴스1

서해의 대표적인 국제 무역항인 평택항의 야경. 뉴스1

코로나 강타한 1분기, FTA 효과는? 

5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FTA 발효국간 무역수지는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 해 내내 수출 감소세를 보인 지난해에도 무역흑자는 유지됐다. 올해 1분기 무역수지도 164억 달러 흑자였다. 반면 FTA를 맺지 않은 나라와의 무역수지는 2016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실적도 76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가 발병한 중국과의 교역액이 7.6% 감소하는 등 무역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FTA 제도를 활용해 수출·수입을 한 비중은 각각 5.7%포인트, 5.8%포인트씩 크게 증가했다. FTA를 활용하면 더 낮은 관세율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수출 기업들이 절대적인 교역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활로를 찾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다.

김태영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집행기획담당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교역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FTA 발효국과의 교역이 무역 흑자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여부로 구분한 무역수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여부로 구분한 무역수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FTA를 활용한 교역이 무역흑자로 이어진 이유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든다. FTA를 맺으면 국가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뛰어난 산업(비교 우위 산업)은 성장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일본이나 산유국 등 한국의 만성 무역 적자국을 제외하고 흑자국 위주로 FTA를 체결하면서 교역 규모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FTA 개시 실적, 文 정부 '0건'  

이런 FTA 효과를 노리고 역대 정부는 FTA 체결에 공을 들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한·칠레 FTA로 첫 테이프를 끊은 뒤 아세안·미국 등 5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도·유럽연합 등 4건, 박근혜 정부도 중국·베트남 등 6건의 FTA를 체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체결한 FTA는 파나마·코스타리카·온두라스 등 중미 5개국 간 협정 1건뿐이다. 이마저도 협상을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정부는 러시아·몽골 등 신북방, 동남아 등 신남방 시장 개척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이들 국가와 협상을 개시한 FTA는 단 한 건도 없다.

역대 정부별 FTA 협상 체결 연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정부별 FTA 협상 체결 연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수 중심 소주성, FTA 탄력 못받아" 

문재인 정부가 FT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집권 초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 건 '소득주도 성장론(소주성)'이 꼽힌다. 소주성은 내수·소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거시 경제정책이다. 이와 동시에 '수출 주도 성장'은 극복 대상으로 거론됐다. FTA로 이득을 얻는 국내 주력 산업도 대부분 대기업이 담당한다. 정부가 대기업과는 거리를 두고 경제정책을 펴다 보니 FTA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평가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내수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이 정책 방향으로 세워지면서 어떻게 수출로 잘 먹고 살 것인지를 논의하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선 FTA 정책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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