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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천안문 사태급 반중정서 불러" 中 내부서 경고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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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시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으로 희화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그림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한 시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으로 희화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그림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정부 산하기관이 전 세계적인 '반중 정서' 확산을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단독으로 보도했다.

中 정보기관 산하 CICIR 내부 보고서 #"톈안먼 수준 반중정서 확산 가능성" #중국 '일대일로', 코로나가 발목잡나

통신은 문건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해당 문건은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CICIR)가 지난달 초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등 정부 최고위층을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통신에 따르면 CICIR은 문건을 통해 세계 각국의 반중국 정서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중국 정부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졌고, 급기야 팬데믹(범유행)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중국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경고다.

톈안먼 사태는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유혈진압 사건을 말한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중국의 비인도적인 무력 사용에 반발하며 무기 판매 및 기술이전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톈안먼 사태 이듬해인 1990년 중국의 성장률은 3.9%를 기록했다.

27일 중국 베이징 근교 옌치후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자회견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외 취재진에 손을 흔들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 중국 베이징 근교 옌치후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자회견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외 취재진에 손을 흔들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통신은 "해당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 중국 지도자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는지, 또 중국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문건의 내용은 중국이 해외 투자와 안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이 코로나19 책임론에 중국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인 3일에도 중국이 연초에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더 빨리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난에 열을 올렸다. 이에 중국은 증거를 내놓으라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미국 제품을 구매하라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무역갈등을 빚던 두 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재차 충돌하는 모양새다.

통신은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안티-차이나' 정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은 지역 동맹국에 대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강화해 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유동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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